허위 봉사활동 확인서 때문에 학내 봉사상이 수여됐다면 학교 측에 확인서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고교생 C씨가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한 병원에서 8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허위 기재된 확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C씨의 학교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C씨는 학교장 명의의 봉사상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학교장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가 제출한 허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가볍게 믿고 수용한 결과이므로, 이는 (학교)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제출한 확인서는 교내가 아닌 학교 외에서 이뤄진 봉사활동에 관한 것이고, 주관기관인 병원 명의로 발급했다”며 “위 확인서 자체로 명백한 모순·오류가 있다거나 학교 교사들이 위 확인서에서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이 봉사활동 확인서 등 증빙자료가 위조되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발급기관에 별도로 문의해 기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등 형식, 명의, 내용의 진위 여부 등까지 모두 심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