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3조원대' 사기 대출을 받았던 박홍석 전 모뉴엘 대표(58·사진)가 해외 재산 28억원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리려다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5일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박승환)는 3억4000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 범죄 등을 저질렀던 박홍석 전 모뉴엘 대표가 해외에 숨겨놓은 253만달러(28억7588만원)를 환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에 걸쳐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2014년 구속됐다. 그는 8000원~2만원대의 홈시어터 컴퓨터 가격을 120배 부풀려 250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인 것처럼 속이고, 이를 토대로 수출입 내역을 조작해 대출을 받아냈다.
또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계좌를 통해 2조8000여억원을 입출금하고, 국내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 361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통해 해외에 숨겼다.
이에 대법원은 2016년 박 전 대표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357억원도 함께 명령했다. 그러나 지금껏 추징금으로는 115만원만 집행돼 논란을 빚었다.
박 전 대표는 사기 대출 과정에서 8억원이 넘는 뇌물을 뿌린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국세청 직원 등에게 담뱃갑과 휴지 상자, 와인 상자에 5만원권을 채워 건내는 등 총 8억600만원의 뇌물을 뿌려 무역보험 한도를 늘리고 은행 대출을 쉽게 받아냈다.
서울중앙지검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한 결과 미국 로펌에 예치된 박 전 대표의 은닉재산를 찾아냈다"며 "14일 미국 로펌으로부터 서울중앙지법에 예치금 전액을 공탁 받았으며, 앞으로 해당 절차를 통해 전액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뉴엘은 '1조 매출 벤처 신화'로 꼽히던 회사다. 로봇청소기, 홈시어터 등을 앞세워 7년 만에 매출 규모가 50배 커지는 등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사기 대출 등 논란을 빚으며 2014년 12월 파산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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