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있는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의 간담회에서 꺼낸 얘기다. 이날 간담회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기업규제 3법’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에선 TF 위원장인 유동수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백혜련, 오기형, 홍성국, 이용욱, 송기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서로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해결책이 반드시 법 개정뿐인지, 법 개정을 한다면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며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를 여당이 면밀히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기업규제 3법의 최대 쟁점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한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 펀드가 이사회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 규정을 풀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민주당 TF는 이날 오후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7개 경제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사법 대응 능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은 외부세력의 공격으로 경영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상법·공정거래법은 떼어내 볼 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경영권 방어 제도와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경제계 입장은 7개 단체뿐 아니라 주요 기업들과 협의해 마련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은 이날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TF를 이끄는 유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논의해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며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와 민주당은 기업규제 3법과 관련된 논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15일 경제단체와 대기업 연구소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한다. 정부·여당과 경제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회 토론회도 곧 열릴 예정이다.
송형석/조미현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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