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목은 일제히 경선준비위원회로 쏠렸다. 국정감사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도 뒷전이었다. 황교안 대표 시절 총선 후보 공천을 ‘호떡 뒤집듯’ 바꾸다 선거에서 패배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런 위험 때문에 경선준비위원장에 당초 계획대로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지난 12일 유 전 부총리 대신 3선 의원인 김상훈 의원을 경선준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사 번복의 후폭풍은 거셌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당 운영이 구성원의 마음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장제원 의원), “경선준비위원들은 서울·부산시장 출마 포기 각서에 서명해야 한다”(정원석 비대위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선준비위원으로 임명된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경선준비위 첫 회의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준비위원장이 원외 인사에서 원내로 바뀌었고 김상훈 의원이 주 대표와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인사 번복 배후에 주 대표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사가 번복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김선동) 사무총장에게 전해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비상대책위 시스템 체제에서 눌려 있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오름세를 보이던 당 지지율이 한풀 꺾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김 위원장은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고 독선적이라는 느낌까지 준다”고 전했다. 당명 개정과 경제민주화 법안 등 혁신안이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 위원장 체제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쉽지 않다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우리가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이유다.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당 지도부에 경고한 뒤 재차 경계심을 일깨웠다.
경선준비위 출범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경선준비위는 국민의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30~50대 전문가 그룹으로 채워졌다. 다선 현역 의원이 배제되고 초선 중심으로 꾸려진 것이 눈에 띈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현역 중진보다는 새로운 정치 후보가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경선준비위가 허물어진 당내 조직 기반을 재건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며 “경선준비위 성과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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