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굴기’에 힘을 싣기로 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데이터 조사업체 치차차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1만3000개 이상의 반도체 업체가 사업등록을 마쳤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월평균 등록업체 규모는 작년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전달 대비 약 30% 급증했다.
신규 등록업체 대부분은 반도체 사업 경험이 전무한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반도체 업체로 등록한 상하이신펑인더스트리는 자동차 부품사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난징·톈진·포산 등지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4억위안(약 681억원)을 투자했다.
해산물 회사에서 온라인 게임업체로 변신한 다롄모닝스타네트워크컴퍼니는 상하이에 있는 한 반도체 회사 지분 51%를 2억3000만위안(약 391억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이후 회사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며 “반도체는 운영 중인 게임 사업보다 미래가 더 밝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풀러 홍콩시티대 교수는 “정부의 보조금 확대에 희망을 품은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며 “완전히 다른 업종에 있던 기업들이 반도체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말 반도체산업 재정 지원안이 담긴 1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5년까지 이동통신망,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1조4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를 ‘반도체 대약진 운동’으로 부른다. 1957년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에 빗댄 것이다.
중국은 연간 3000억달러 이상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석유를 포함해 중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 가장 많다. 반도체 대부분은 컴퓨터, 휴대폰 등 수출품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미국은 중국 통신 및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통신기지국 설비 시장 1위인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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