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에 다시 올라섰다.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실적에 비해 주가 움직임은 미미했다. 호재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년초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고, 삼성전자의 이익구조가 3분기부터 다변화했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미국 대선 결과도 누가 되든 삼성전자에 나쁠 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6만원대 재탈환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2일 1.17% 오른 6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4거래일만에 6만원대를 탈환했다. 지난달 16일 장중 6만13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달 29일 5만8200원까지 물러났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커진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3% 넘게 오르며 반등하는 흐름이다.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58.0% 많은 12조296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최대 분기 이익이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18.2% 웃돈 어닝서프라이즈였다. 당일 주가는 차익 실현 물량으로 0.33% 빠졌지만 12일엔 주가가 바로 반등했다.
달라진 이익구조, 높아진 수익성
3분기 실적이 나온 뒤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커졌다. 우선 이익구조가 확연히 달라졌다. 3분기 실적은 세트사업(스마트폰+가전)의 영업이익 비중이 전체의 50%까지 늘며 부품사업(반도체+디스플레이)과의 이익 균형을 이뤘다. 2분기 세트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30%였다. 이 영향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2분기 15.3% 였던 영업이익률이 3분기 18.6%로 올랐다.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률만 봐도 2분기 9.4%에서 3분기 14.9%로 급등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분 점유율 확대에 따라 원가절감을 이룬 결과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익 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3분기에는 가전·스마트폰이 효자였다면 4분기에는 디스플레이, 내년 상반기에는 반도체가 호실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도 힘을 보탰다. 디램(DRAM) 현물가가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도 1분기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인터넷서버업체(IDC)들이 4분기 서버용 디램 주문량을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초만 하더라도 이들 업체들은 과잉 재고를 우려하며 주문을 대폭 축소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주문량은 3분기보다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업황은 내년 1분기 안정세에 접어들고 이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22개 증권사 대부분은 디램 가격이 내년 1분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美 대선 누가돼도 좋다
남은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선 결과가 삼성전자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나 바이든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삼성전자는 미·중 무역분쟁의 수혜주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에 대해 좀 더 강경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수혜 정도가 클 것으로 증권업계가 보는 이유다. 김동원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화웨이 제재 효과가 극대화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부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두 후보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 기조는 유사하다. 민주당이 2016년 당 정책집에 넣었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문구가 이번엔 빠졌다는 점도 민주당의 기조 변화를 보여준다. 바이든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공약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송 연구원은 "화웨이가 반도체 고객사인 만큼 화웨이 제재가 긍정적인 게 아니라는 반론이 있지만 실제론 별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며 "화웨이의 각 부문 시장점유율을 뺐어오기 위한 경쟁사들의 반도체 주문 증가가 화웨이향 출하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