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세에서 글로벌 증시 반등을 이끌었던 성장주의 상승률이 주춤한 가운데 가치주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작은 낙폭을 보이며 ‘반격’을 시도했다. 가치주로 분류되는 산업재, 운송, 유틸리티 등 산업이 코로나19 타격에서 회복 중이고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9월 ‘러셀 1000 성장주 지수’는 한 달 동안 4.77% 하락하며 11개월 동안 이어온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러셀 1000 가치주 지수’는 같은 기간 2.64% 하락에 그치며 성장주보다 선방했다. 한 달 수익률 기준으로 가치주 상승률이 성장주 수익률보다 높았던 것은 작년 9월 이후 1년 만이다.
증시 반등기에서 성장주보다 낙폭이 컸던 가치주들이 반등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건축자재기업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즈는 9월 한 달간 16% 올랐다. ‘경기 풍향계’로 불리는 운송업체 페덱스는 같은 기간 14.41% 올랐고 전력공급업체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도 9.06% 상승했다. 반면 대형 성장주인 테슬라(-13.90%), 알파벳(-10.06%) 등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금융투자업계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수익률 관리를 위해 투자자들이 낙폭 과대주를 사들이고 상승률이 높았던 주식은 매도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면서 가치주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한다. 연말 배당금을 노린 단기적 자금이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흐름을 가치주의 추세적 반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WSJ는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가치주가 성장주 수익률을 능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펀드매니저가 많았다”며 “가치주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대선 결과가 성장주와 가치주의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공약으로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바이든의 당선은 성장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환경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대형기술주 규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폐기물처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와 유통기업 ‘타깃’을 추천한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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