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것에서 시작된 팬덤 문화. 단순하게 여겨졌던 이 '팬 활동'은 세계로 뻗어나간 K팝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특수성을 지닌 하나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아티스트에 대한 강한 지지와 유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가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막대한 경제효과까지 이끌어내는, 이른바 '팬덤 경제'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초 '2020년 국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팬덤 경제의 부상'을 꼽았다. 그 근거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기하급수적인 성장 추이에 주목했다. 2016년 각각 352억원, 105억원이었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18년 2142억원, 641억원으로 약 6배 이상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2020년 상반기 K팝의 '팬덤 경제' 규모는 얼마나 커졌을까.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액 5872억원, 영업이익 987억 원을 올려 2018년보다 활약했다. 이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라는 위기가 찾아왔고, 2020년 상반기 매출은 2940억원, 영업이익은 498억원을 기록했다. 단순히 보면 매출액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8.16%(3201억원)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연 매출의 32.5%의 비중을 차지했던 공연 매출이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진'보다는 '선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듯하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바라보는 팬덤 경제의 총 시장 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간접 참여형 매출의 플랫폼화에 주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는 참여형 매출보다는 간접 참여형 매출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프라인 이벤트에 대한 갈증이 극대화된 팬들에게 온라인 콘서트나 MD 판매 등이 '단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를 개최해 75만6600여명의 팬들을 불러 모았다. 이달에도 10, 11일 양일간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 원(BTS MAP OF THE SOUL ON:E)'을 진행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해진 것은 '플랫폼'이었다. MD를 판매할 구좌, 온라인 공연을 태워보낼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리고 빅히트는 발 빠르게 이를 사업적으로 활용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선보였던 빅히트는 현재 이를 통해 멤버십을 운영하고, '위버스샵'으로 티켓·MD 판매하고 온라인 공연까지 송출하는 등 창구를 일원화했다. 타 기획사들이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인 것과 달리,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로 공연을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빅히트는 위버스 덕을 톡톡히 봤다. 공연 매출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위버스샵을 포함한 위버스의 매출은 2019년 31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27억원으로 급증했다. 회사 매출의 단 9.7%에 그치던 비중이 1년 만에 38.3%로 4배 이상 커졌다. 지난 8월 기준 위버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860만명, 월간활성사용자(MAU)는 470만명에 달한다. 상장을 앞둔 빅히트가 연예 기획사 외에 네이버, 카카오 등과 함께 거론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위버스를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비엔엑스를 자회사로 둔 영향이 컸다.
이제 팬 비즈니스 사업과 IT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팬덤 경제'의 규모를 입증하듯, 몸집 부풀리기도 계속된다. 비엔엑스는 내년 초까지 개발자를 비롯해 다양한 직군의 전문 인력을 100여명 규모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 운영과 마케팅을 비롯, 위버스와 연동되는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이끌어갈 전문 인력을 채용해 위버스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가 반영된 계획이다.
안정적인 팬덤 비즈니스가 아티스트 군 입대 등의 이슈에도 꾸준한 매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단, 아티스트의 활동 양상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팬덤 문화의 특성상 비즈니스는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한 긴밀한 협업의 형태로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위버스가 지닌 빅히트라는 틀 역시 극복해야 할 한계이기도 하다. 현재 빅히트 및 레이블 소속이 아닌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는 CL과 데뷔를 앞둔 그룹 피원에이치가 유일하다. 자체 콘텐츠만 담는 단편적 플랫폼으로 매몰되지 않기 위한 경쟁력 구축도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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