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스마트해지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스마트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의 서비스로 연결된 스마트시티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 스마트시티는 내년 12월, 세종은 이르면 2023년 입주를 시작한다.
AI 집사부터 로봇 관리인까지
요즘 건설업계에선 “스마트홈 구현 수준이 곧 건설사의 경쟁력”이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입주민 생활 패턴을 분석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기존에는 이동통신사 등 다른 업종과 협업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A. IoT 플랫폼(사진)과 현대건설 하이오티(Hi-oT), GS건설 자이 AI플랫폼, 포스코건설 아이큐텍(AiQ TECH), HDC현대산업개발의 마이호미 등이 대표적이다.스마트홈은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AI 집사’가 맞춤형 환경을 알아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덕션, 전등 등을 끄지 않고 외출했을 때 스마트홈이 스스로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상, 외출, 귀가, 취침 등 특정 모드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음성으로 외출을 알리면 대기전력, 전등, 방범 등이 외출 모드로 자동 전환되면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한다. 귀가 모드를 설정하면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밥솥이 취사를 시작한다. 취침 모드에선 편안한 수면을 위해 온도와 조명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준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관리비를 조회하거나 입주민 전자투표, 커뮤니티 시설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HDC현산이 지난 7월 내놓은 마이호미는 아이파크 7개 단지에 입주한 1만3000가구가 사용하고 있다. HDC현산은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키를 개발했다. 이 키를 착용하고 있으면 아파트 공동현관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호출된다.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심박수, 수면 시간 등 헬스케어 정보도 저장한다.
로봇 관리인이 있는 아파트도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단지에 커뮤니티 시설을 관리할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AI 기능을 갖춘 로봇이다. 커뮤니티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시설 안내와 예약을 돕는다. 가벼운 짐도 나를 수 있다.
부산·세종 스마트시티 구현 코앞
미래 기술을 구현하는 인프라인 스마트시티도 가시화하고 있다. 2018년 1월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세종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공동 특수목적법인(SPC)이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민간기업 공모를 진행 중이다.
세종 스마트시티는 ‘지속가능한 플랫폼 도시’를 모델로 삼는다. 교통체계부터 다르다. 건물에 부설 주차장이 사라진다. 공유차 기반 구역을 설정하고 이 구역에선 자율주행셔틀, 공유차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주로 사용된다. LH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개인 소유 자동차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새로운 교통 생태계를 창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 시범도시는 올해 스마트규제혁신지구로 지정된 만큼 새 기술과 접목한 비즈니스도 추가 발굴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을 맡은 부산 에코델타시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시티 첫 입주단지인 스마트빌리지(조감도)가 지난 7월 착공했다. 내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의 경쟁력은 스마트한 물 관리와 로봇, 에너지 등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서비스에 있다. 도시의 물순환 전 과정에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물관리 기술을 적용한다. 수질,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게 된다. 한번 사용된 물을 100% 재이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하는 ‘제로 에너지 도시’가 목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내년엔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구현될 기술을 미리 접할 수 있는 실증단지 스마트빌리지가 완성된다”며 “시민들이 직접 거주하고 사용하면서 피드백하는 실험적 주거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신연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