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경유형 관광지가 아니라 먹거리와 즐길거리, 야간관광까지 갖춘 체류형 관광지로 바꾸려고 합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사진)은 지난달 25일 관광정책 인터뷰에서 “야간관광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개발해 관광객이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화성행궁을 야간에 개장하는 ‘달빛정담’ 프로그램은 이런 구상을 실현할 한 갈래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4월 ‘야간명소 100선’으로 선정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특히 낙남헌 앞에 놓인 커다란 달 모형은 관광객이 줄을 서서 사진으로 남기는 명소가 됐다.
수원은 ‘관광자원의 보고’로 유명하다. 대표적 관광지인 세계문화유산 화성은 1년에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최고의 관광지다.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염 시장은 그러나 화성이 너무 유명해진 바람에 수원의 수많은 매력적인 관광지가 오히려 부각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화장실 양변기 모양으로 만든 박물관 ‘해우재’도 그중 하나다.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사택을 리모델링한 것인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화장실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해우재뿐만 아니라 정조대왕께서 수원화성을 쌓으면서 인근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든 저수지인 만석거(만석공원)와 가뭄을 대비해 축조한 축만제(서호공원)도 경관이 무척 좋고 근대건축물인 ‘수원 구 부국원’ 건물과 ‘구 수원시청사’, ‘구 수원문화원’ 건물도 옛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역사여행을 떠나기 좋습니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염 시장은 널리 알려진 여행지보다 숨은 명소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심여행을 제안했다.
“숨겨진 골목길을 따라 여행자와 문화가 모여드는 향교로, 행궁동길, 지동벽화골목, 행궁동골목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알려 일상여행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자연·책·사람이 함께하는 일월도서관, 문화재생 공간 고색뮤지엄, 낡은 목욕탕을 고쳐 지은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등 숨은 명소를 활용해 도심관광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관에 의해 시민과 함께하는 민관합동 거버넌스관광이다. 주민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녹여내 관광객이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주민 친화·주도형 관광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원화성문화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관광개발 정책은 관광객을 위한 공간개발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개발로 나아가야 합니다.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서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진정한 의미의 관광이 시작될 것입니다.”
수원=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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