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거구역(반포3주구)이 늘어나는 부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재건축 역대 최대 금액인 가구당 4억원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통보됐고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비 증액을 제안한 상태다. 반포3주구는 올해 강남 재건축의 최대 수주전으로 꼽혔던 곳이다. 지난 5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잇단 비용부담 소식에 조합 내에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3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조합 이사진에 공사비 899억3800만원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지난달 5일 설명했다. 공사비 8087억원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지 두 달 만에 증액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대로 공사비를 늘리게 되면 가구당 부담금은 6032만원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요청에 따라 고급화를 위한 옵션을 제시한 것일 뿐, 최종 선택은 조합의 몫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집행부가 시공 계약 당시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거주중인 조합원 A씨는 "추가분담금이 계속 늘어나면서 대출로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라며 "다른 조합원들은 재초환도 예상보다 덜 나왔고, 공사비 증액도 타당하다고 하지만 공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포3주구는 서초구청으로부터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5965억6844만원을 통보받았다. 조합원 1인당 부과금액을 산정하면 4억200만원이다. 여기에 공사비까지 증액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포3주구는 1490가구 아파트를 허물고 2091가구로 새로 짓게 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시공사가 입찰 참여 때부터 공사비 산출 내용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찰 전에는 조합원의 입맛에 맞추겠다고 공언하지만, 막상 시공사로 선정되면 건설사들이 '갑'이 되는 경우들이 허다해서다. 건설사들은 '고급 옵션을 추가하겠다', '설계가 변경됐다', '현장의 사정이 예상과 달라졌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시공사와의 계약에 증액과 관련된 내용을 상세하게 넣지 않고 있다. 때문에 막상 삽을 뜨고 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증액해야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반포3주구 뿐만 아니다.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역시 공사비 증액문제가 불거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지난 4월 1조6713억원의 공사비를 1조8798억원으로 늘렸고, 지난달에는 또다시 3334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개포주공4단지(개포프레지던스자이) 역시 당초 도급 계약 규모는 9089억원이었다. 하지만 시공사인 GS건설이 작년 1378억원 증액을 요구했고, 현재까지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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