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95건의 전시회와 각종 비즈니스회의를 열 계획이었던 부산 벡스코는 지난 9월까지 395건의 행사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올해의 4분의 3이 지났지만 행사 건수는 목표의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달 수도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부산시가 벡스코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9월에는 한 건의 행사도 열지 못했다. 벡스코 관계자는 “2001년 개장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1년 중 대형 전시회의 가장 큰 성수기인 가을 전시철을 맞았지만 전국의 전시컨벤션센터 임직원들은 여전히 일손을 놓고 있다. 매년 이 시기에 열리던 국내 최대, 세계 10대급 산업전시회가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는 9월 말~10월 초 개최 예정이던 서울식품산업대전과 생산기술산업전(심토스)이 취소됐다. 이 두 전시회는 1500여 개의 국내외 기업이 참가하는 매머드 행사로, 심토스는 킨텍스 10개 홀을 모두 사용하는 공작기계분야 세계 4대 전시회다.
전시컨벤션센터의 경영 상태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전시업계 한 관계자는 “전시컨벤션센터마다 100억원대, 규모가 큰 곳은 200억~300억원 이상의 적자로 사상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대구 엑스코도 5일부터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단체 유급휴가에 들어갔다. 전체 직원 60명 가운데 팀장급 이상 10명 정도만 남기는 사실상 ‘셧다운’이다. 지난해 13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 한 해만 10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전시컨벤션 업계는 “8월까지 개최 예정이던 362건의 전시회 가운데 254건이 취소되면서 전시 기획사들의 도산과 5만여 명 종사자의 실직이 현실화되고 있고 인근 식당 숙박업소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전시컨벤션 업계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도 방역 수준이 높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당국의 결정이 전시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기업 마케팅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과 마트는 QR코드도 찍지않고 불특정 다수가 입장하지만 전시장에는 QR코드는 물론 사전등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입장시키고 통로 천정 높이도 대형마트의 2배 이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오수영 코엑스 홍보실장은 “중소기업들이 거래처를 방문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와 수출의 중요 수단인 전시회라도 열어달라는 기업이 많다”며 “전시장에 대한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경기=윤상연/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