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된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려는 주민이 늘고 있다. 옛 한남1구역과 장위9구역에 이어 전농9예정구역(사진)이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농·답십리뉴타운 전농9예정구역추진위원회는 이번주 동대문구청에 공공재개발 사전의향서를 낼 계획이다. 공공재개발이 구역 지정 절차를 밟고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끌고가는 민영재개발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계산에서다. 김삼근 전농9구역추진위원장은 “일반 재개발 방식은 반대하는 주민이 많으면 조합설립 동의율을 충족하기 힘들다”며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공재개발 의향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식의 재개발사업이다. 새 아파트의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 중 절반을 공공주택으로 지어 공공성을 높인다. 대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종(種) 상향과 분양가 상한제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5·6 대책’에서 도입된 이후 ‘8·4 대책’에서 해제구역까지 대상지가 넓어지자 옛 한남1구역, 장위9구역 등이 일찌감치 신청했다.
전농9구역은 2004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6년째 구역 지정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주민입안제안을 통해 구역 지정을 요청했지만 동의율 재검증 등으로 절차가 미뤄지자 아예 공공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공재개발에서 LH, SH공사 등 공공을 조합과 공동시행자로 지정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50%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전농9구역은 아직 추진위 단계여서 공공의 단독시행만 가능하다. 이 경우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영재개발의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 75%보다 낮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고 있지만, 정부가 도입하려는 투기 방지 대책이 자칫 주민에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재개발구역의 조합 정관을 변경해 원주민이 아닌 승계조합원의 분양가를 높일 계획이다. 조합원분양가나 일반분양가가 아니라 주변 시세대로 새 아파트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입주권 투자 수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입주권을 승계하려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원주민의 주택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 추진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동의율이 충족되면 강제로 조합에 가입된다. 분양가 관련 규정이 재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집을 매각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관 변경 기준을 어느 시점부터 적용할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