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4일 13: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2020년 1~3분기 재무자문 분야 1위에 등극했다. 전통적으로 CS가 강점을 보였던 구조조정 시장이 다시 커진 데다, 비(非) 구조조정 분야에서도 꾸준히 일감을 따내면서 CS가 포함되지 않은 대형 딜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종횡무진 시장을 누비는 중이다.
4일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2020년 3분기 기업 인수합병(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는 M&A 전략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딜을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7건, 3조7241억원의 실적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CS는 올해 상반기까지 SK네트웍스의 주유소사업부 매각 거래(1조3321억원) 1건 외에 별다른 자문실적을 올리지 못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3분기에 단숨에 6건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1등 자문사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1~4분기 전체 재무자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CS가 막판까지 기세를 유지해 올 연말에도 1위 자리를 수성할 지 주목된다.
CS는 3분기 진행된 두산그룹 관련 거래 중 상당수에 자문사로 이름을 올렸다. (주)두산의 유압기기 사업부 두산모트롤BG 매각 자문을 따냈고 벤처캐피털(VC) 네오플럭스 매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매각주관사 지위를 놓쳤지만, 인수자 측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자문을 따내면서 결과적으로 두산그룹발 구조조정 매물 대부분에 관여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트롤BG(45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 두산그룹발 거래규모는 1조원이 넘었다. CS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놓은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부(9906억원)의 매각자문을 맡아 한앤컴퍼니에 순조롭게 매각한 것도 CS다. 이밖에도 SKC의 SK바이오랜드 매각(1204억원),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의 약진통상 매각(593억원) 등 중소형 거래까지 두루 섭렵했다.
특히 CS의 최근 실적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지주사의 투자 유치다. 바이아웃 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자문 실적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신한금융지주의 자문사로서 1조1582억원 규모 유상증자(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PEA)를 진행하고 KB금융지주의 자문을 맡아 칼라일그룹의 교환사채 투자(2400억원)를 이끈 것도 CS였다. 금융그룹과의 돈독한 관계를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경인 CS 한국IB 대표(사진)의 젊은 리더십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2위는 상반기 최대 매물이었던 푸르덴셜생명(2조2650억원)의 인수자인 KB금융지주를 자문한 JP모간이 차지했다. JP모간은 푸르덴셜생명 외에도 폐기물 업체 코엔텍의 매각과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의 파운드리 및 청주공장 매각 등 총3건, 3조2975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했다.
3위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JP모간과 함께 모회사인 KB금융을 자문한 KB증권이 총3건, 2조8620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하며 이름을 올렸다. KB증권은 이외에도 지난해 영입한 안태석 상무가 코엔텍을 사들인 E&F PE의 인수자문과 경기도 골프장 안성Q의 매각주관 업무를 성공시켜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는 상반기에 진행된 푸르덴셜생명 매각자문 1건으로 4위에 올랐다.
'IB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박장호 대표가 15년째 이끄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매각자문을 차곡차곡 성공시키며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산업·의료용 폐기물업체인 ESG그룹 매각(8750억원)과 3분기 빅딜로 꼽힌 환경폐기물업체 EMC홀딩스 매각(1조500억원) 등 총 3건, 1조9702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공시켰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