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쿄증시의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았던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상장이 미·중 갈등 여파로 전격 중단됐다.
기옥시아홀딩스는 다음달 6일로 예정한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연기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날로 예정했던 공모가 결정 작업 등 상장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연말이나 연초로 시기를 다시 조율할 계획이다. 기옥시아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엔(약 16조7172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2018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형태로 기옥시아에 투자했다. SK그룹의 투자금액은 약 4조원이며 지분율은 20% 정도로 평가된다.
기옥시아의 상장 연기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에 돌입하면서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플래시메모리를 납품하는 기옥시아도 직격탄을 맞았다. 기옥시아 매출에서 스마트폰용 플래시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기옥시아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지난 18~2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달 27일 상장 승인 당시 예상 공모가 3980엔에서 2800~3500엔까지 희망 공모가를 낮췄지만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불만이 해외 기관을 중심으로 쏟아져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장이 또다시 연기됨에 따라 일본 정부와 기옥시아의 ‘강한 2위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옥시아는 연구개발과 생산라인을 공유하는 웨스턴디지털, 주주인 SK하이닉스와 느슨한 동맹관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었다. 세 회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42.7%로 1위 삼성전자와 맞설 수 있는 한편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도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