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6월 큰 기대 없이 출시한 48인치 OLED TV(사진)가 ‘의외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TV 선호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중형 제품으로 분류되는 48인치 판매량이 70인치대를 앞선다. ‘없어서 못 판다’는 소식에 소니 필립스 등 경쟁사들도 같은 크기 제품을 내놨다.
업계에선 인기 비결로 △자투리 기판을 활용해 48인치 패널 시장을 개척한 LG디스플레이의 ‘발상의 전환’ △게임용 고화질 TV의 인기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공략한 LG전자의 마케팅 등을 꼽는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의 48인치 OLED TV는 처음 출시된 지난 6월 세계에서 1만600대 팔렸다. 3분기 출하량 전망치는 5만6400대, 4분기는 9만 대에 달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60인치대 OLED TV(3분기 26만5300대, 4분기 43만3100대)엔 못 미치지만 70인치대 제품(3분기 전망치 3만7200대, 4분기 4만9900대)보다는 월등히 많다.
48인치 OLED TV는 ‘발상의 전환’이 없었으면 빛을 못 봤을 제품으로 평가된다. 패널 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과거 8.5세대 유리 기판(약 5.5㎡)에서 대각선 길이 77인치짜리 패널 두 장을 찍고 남은 2.2㎡ 크기의 자투리 기판은 폐기했다. 매출 증대 방안을 고민하던 LG디스플레이는 자투리 기판으로 ‘상품(商品)’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한 기판에서 ‘크기가 다른’ 패널 여러 장을 생산하는 MMG 기술을 지난 7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중국 광저우 공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MMG 라인은 단일 패널 라인보다 공정이 복잡하다. 수율을 올리는 게 관건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77인치와 48인치를 조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MMG 기술 적용과 동시에 TV업체를 대상으로 48인치 패널 영업에 들어갔다.
LG전자가 가장 먼저 관심을 나타냈다. LG전자는 48인치가 TV와 게임 모니터용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게임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
마케팅 포인트는 ‘게이밍 TV’로 정했다. 게임 그래픽카드 전문업체 엔비디아의 지싱크, AMD의 라데온프리싱크 등과 호환되는 그래픽 기능을 TV에 넣었다. 고용량 게임을 할 때 화면 끊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OLED TV의 장점인 선명한 화질과 뛰어난 반응 속도가 더해지자 게임족(族)들은 열광했다. 주요 외신에서 ‘최고 게이밍 TV’란 평가를 받았다.
자기만족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를 적극 공략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LG전자는 48인치 가격을 확 낮추진 않았다.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48인치 OLED TV의 평균판매단가(ASP)는 1522달러로 50인치대 OLED 제품(1594달러)과 큰 차이가 없다. 50인치대 LCD TV(1491달러)보다는 비싸다. 대신 성능을 높였다. LG전자 관계자는 “48인치 해상도는 4K(해상도 3860×2160)지만 8K(해상도 7680×4320) 수준의 화질을 느낄 수 있다”며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뿐만 아니라 가성비도 좋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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