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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팝니다…3兆 시장으로 자란 '슬리포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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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세계 4대 명품침대 특별전’. 장인이 수백 시간에 걸쳐 천연소재로 한땀 한땀 수작업했다는 초고가 침대들이 한데 모였다. 스웨덴 왕실에 공급된다는 한 브랜드는 저렴한 제품이 2000만원, 비싼 것은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상반기 이 백화점의 고급 침대 매출은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편안한 잠자리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잠 못 드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 ‘꿀잠을 파는’ 수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면 부족 국가’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침대, 베개, 매트리스 등 단순한 침구 중심에서 벗어나 전자기기, 먹거리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매트리스 시장에서는 모터가 달려 있어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션 베드’가 대세다. 병원에서나 볼 수 있던 제품이 가정용으로 대중화됐다. 현대건설은 침실 벽면이 잠자기 좋은 조명, 온도, 음향 환경을 알아서 조절하는 ‘스마트 아트월’을 개발했다. 보일러업체 경동나비엔은 KAIST와 손잡고 숙면을 돕는 온수매트를 내놨다. 삼성, 애플 등의 스마트워치 같은 각종 스마트기기에는 수면 상태 관리 기능이 필수로 들어가는 추세다. 도심 곳곳에는 PC방처럼 시간당 요금을 내고 쪽잠을 자는 ‘수면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용자의 80%가 20~30대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1분으로 회원국 중 꼴찌였다. OECD 평균(8시간22분)보다는 41분 짧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해마다 5%꼴로 늘어 지난해 63만4074명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국내에서 슬리포노믹스의 성장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 누군가의 잠 못 이루는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사업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선진국형 산업’
슬리포노믹스가 가장 일찍 발달한 나라로는 미국과 일본을 꼽을 수 있다. 두 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수면제 판매 증가로 시작해 지금은 전문가가 추천한 수면용품을 제공하는 호텔 패키지, 수면장애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수, 입욕제, 음료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풍부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의 숙면’과 ‘회사의 생산성’ 간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를 낮잠시간으로 지정했고, 나이키는 회사 안에 직원들이 편하게 잘 수 있는 ‘콰이어트 룸(조용한 방)’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수면산업의 발달은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국민소득이 연 2만달러대에 접어들면 건강과 미(美)에 관한 수요가 높아지고, 한 단계 더 올라 2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숙면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수면산업은 기본적인 의식주는 물론 건강·미용에 대한 욕구까지 모두 충족된 이후 꽃을 피우는 ‘선진국형 산업’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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