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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인기 폭발 '편의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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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인기 폭발 '편의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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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절집 배달’이라는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생필품을 지고 산꼭대기 절 마당까지 갖다 주는 일이었다. 1970년대 중반, 하굣길에 한 시간 반 동안 ‘등반 배달’을 하고 500원을 받았던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당시 10원짜리 과자 50봉지 값이었으니 제법 쏠쏠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가정 배달’이 본격화됐다. 배달대행업체가 늘어나고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 속도 경쟁이 불붙었다. 시장 규모도 커져 지난해 거래액만 9조7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1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수요 팽창에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 부족 현상까지 빚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재택 인구가 급증하면서 동네 편의점의 ‘도보 배달’이 등장했다. 배달앱으로 편의점에 접수된 주문을 반경 1㎞ 이내에 있는 배달원이 받아 집으로 갖다 주는 방식이다. 지난달 도보 배달을 시작한 GS25의 배달원 모집에는 1만8000여 명이 몰렸다. 당초 목표(3000명)의 6배였다. 이들 중에는 40~50대 가정주부가 제일 많고, 60대 이상 퇴직자와 20~30대 청년이 뒤를 이었다. CU 편의점도 오는 25일부터 도보 배달에 나서기로 했다.

도보 배달의 장점은 신속·간편·수익성이다. 배송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15~30분이면 끝난다. 배달원이 걸어서 움직이니 사고 위험이 적다. 오토바이 등의 면허를 등록할 필요가 없고 보험료나 유류비도 들지 않는다. 건당 수입은 3000원 안팎, 하루 1만~2만원 정도다. 운동 효과는 덤으로 얻는다.

도보 배달에 나선 한 50대 남성은 “운동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이나 퇴근 후 부업을 찾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면서 “다만 거리 계산을 잘못해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 배달앱에는 직선거리가 뜨기 때문에 실제 경로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데다 라이더는 부족하므로 도보 배달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편의점 배달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실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는 지적도 들린다.

추석을 앞두고 골목길을 종종걸음치는 ‘배달 가방’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배달 공화국’의 또 다른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게 된다. 저 중에는 말 못 할 사연을 지닌 우리 동네 가장도 꽤 있지 않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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