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0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전화 회담을 시작으로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저녁 모리슨 총리와 전화 회담을 했다.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임으로 지난 16일 취임한 스가 총리가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한 것은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전화 회담을 할 예정이다. 스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외교 방침을 설명하고 북한 정세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NHK는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 체제의 미·일 관계를 유지, 강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 관련 문제를 놓고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외교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회담 37차례 가운데 한 번을 빼고는 모두 동석하고, 러시아·중국·한국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때 전부 보고를 받아왔다며 자신이 외교에 능숙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반박했다.
스가 총리는 안보 중심의 대미 외교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보국장을 오는 22~25일 미국 워싱턴DC에 파견한다. 기타무라 국장은 이번 방미 중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미·일 동맹에 기반을 둔 스가 내각의 안보 정책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대립이 치열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와 '이지스 어쇼어' 배치 중단에 따른 새로운 미사일 방어 체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오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되는 각국 정상의 유엔총회 일반 토론 연설에 비디오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19일 관저에서 유엔총회에 보낼 약 10분분량의 비디오 연설을 녹화했다. 스가 총리의 첫 유엔 연설은 오는 26일 예정돼 있다.
일본 정부는 내달 도쿄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담이 성사되면 스가 총리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을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