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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의 집 이불 속 사정까지 알아야 하나…부부예능 선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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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프로그램 들이 '매운맛'을 표방하며 19금(禁) 콘텐츠를 내걸고 있다.

유튜브, OTT 자체 제작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 생태계가 변했고 이같은 선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보는 TV에서 성생활, 불륜 등 이야기는 불편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문제가 된 방송은 채널A와 SKY 채널이 공동 제작하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다. 지난 7월 27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닐슨코리아 기준 2.2%의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7일 방송된 7회에서 3.6%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애로부부'는 19세 이상 시청가를 내걸고 방송되고 있으나 성인이 봐도 다소 파격적인 수위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조지환의 아내는 남편이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장소, 방식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조지환, 박혜민 부부는 방송 이후 이틀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청률이 급상승하고 화제가 되자 제작진은 이들을 다시 한번 출연시켰다.

조지환은 "물의를 일으킨 것 같고 반성도 많이 했다. 새로운 약속으로 72시간 계약서를 썼다"고 말했다. 박혜민은 "32시간이 안 됐는데 방송 기념으로 한번 하자고 했다"고 말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배우 최영완과 연극연출가 손남목 부부는 "4~5년간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영완은 "새벽에 남편을 보면 공격할 것 같아 무섭다. 알몸으로 돌아다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아무리 그래도 수위가 너무 높다. 심야시간도 아니고. 그때까지 안자는 자녀들도 많다", "남의 잠자리 사정까지 알아야 하나 싶다", "부부생활은 부부간의 이야기인데, 어떤 의도인지...시청률 뽑아 먹으려고 작정한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애로부부'와 함께 문제 된 것은 JTBC '1호가 될 순 없어'다. 개그맨과 개그우먼이 결혼한 부부 중 아직까지 이혼한 부부가 없다며 그 이유를 집중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30일 방송분에서 김학래, 임미숙 부부가 등장해 남편의 불륜, 도박사실을 폭로했다.

임미숙은 김학래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숨기려 하자 화를 냈다. 두 사람은 '부부간 비밀은 없어야 한다'와 '부부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임미숙이 이렇게 김학래에게 집착한 이유는 과거 불륜 때문이었다. 신혼 초 김학래의 바람기 때문에 속앓이를 했고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털어놨다.

임미숙은 "도박하고 바람피우고 하니까 이 병에 대해 이야기도 못했다"라며 "당시엔 병명을 몰라 10년 동안 말도 못 하고 교회에서 매일 울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방송 이후 김학래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불륜과 도박 등의 이야기를 웃음거리로 내보낸 제작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질타가 거세지자 '1호가'의 제작진은 "이 부부는 처음부터 숨기지 않으려 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진심으로 반성하며 사는 김학래와 그를 용서한 임미숙의 모습이 자신들의 삶이라 생각한 것 같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포장하거나 감추기보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TV 시청등급에는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19세 이상 관람가가 있다. 19금 관람가라는 딱지가 붙으면 호기심이 쏠려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TV 앞에선 시청자가 스스로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너무 적나라한 부분을 무리하게 끄집어낸다면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순히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해결책을 더해주면 방송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혼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기 위해 더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야 시청률 경쟁이 되는 상황이다. 출연자들의 발언이 더욱 내밀해지고 수위가 높아지며 화제 몰이는 되겠지만 방송 이후 파장을 생각해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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