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이달 유럽에서 출시한 신형 전기차 ID3의 인기가 뜨겁다. 노르웨이에서는 테슬라를 제치고 이달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폭스바겐의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로 굳건했던 테슬라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자동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주간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ID3'는 692대로 전기차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테슬라 '모델3'(577대), 3위는 스웨덴 완성차기업 폴스타의 '폴스타2'(496대)였다. 노르웨이 전기차 판매 1위를 지키고 있었던 아우디 'e트론'의 판매량은 동기간 286대에 그쳤다.
준중형 해치백인 ID3는 폭스바겐 전기차 브랜드 ID의 첫 양산차다. 크기는 전장(길이) 4262㎜, 전폭(너비) 1809㎜, 전고(높이) 1552㎜로 기존 준중형 모델인 '골프'보다 약간 크다. 배터리를 완충했을 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410~424㎞,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7.3초다.
가격은 3만9995~4만9995유로(약 5524만~6905만원)로 책정됐다. 여기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예컨대 독일 정부는 가격이 4만유로 이하인 전기차에 대해 대당 9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가장 저렴한 ID3 모델을 구입할 경우 한화로 약 429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ID3는 준형 세단인 모델3와 '체급'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유럽에선 두 모델을 두고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해외 언론은 전한다. 모델3가 ID3보다 크기가 더 크고, 트렁크 적재 용량도 많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했을 때의 주행거리는 ID3가 약간 더 길고, 가격은 모델3가 더 비싸다.
최근에는 두 회사 경영진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독일 중부 브라운슈바이크 공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났다. 당시 머스크는 디스와 함께 ID3를 운전했는데, 머스크는 ID3의 토크(힘)와 조향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디스는 소셜미디어에 머스크와 함께 ID3를 운전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당신(머스크)은 고속에서의 회전력에 대해 꽤 비판적이었다"며 "하지만 이건 스포츠카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우리는 ID.3을 운전하고 대화를 나눴지만 제조에서의 어떤 거래나 협력도 없다"고 적었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연간 90만~1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 목표대로라면 테슬라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구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판매량 1위인 폭스바겐의 등판으로 전기차 시장의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테슬라의 독주 체제도 오래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