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5일(13: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과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최대 50억달러 규모 공동 펀드를 조성하자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KKR이 들러리만 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신주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PEA, 두 홍콩계 PEF를 새로운 주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어피너티와 베어링PEA는 앞서 크레디트스위스가 진행한 입찰에 참여해 각각 최근 주가를 가중평균한 뒤 2% 할인율을 적용한 2만9600원에 2044만주(6050억원), 1869만주(5532억원)를 받기로 했다. 총 1조1582억원 어치다. 납입일은 오는 28일이다. 2년간 보호예수 조건이 걸려 있다.
시장의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은 KKR이 입찰에 참여한 뒤 탈락한 것으로 한때 알려졌다는 점이다. 만약 KKR이 진심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희망했다면, 펀드의 규모나 기존 신한금융과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KKR이 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KKR은 우리가 원하는 구조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서 탈락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2년새 50억弗=>2억弗...쪼그라드는 파트너십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른 조 회장은 2018년 9월 조셉 배 KKR 공동대표와 함께 최대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약속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러나 갈수록 계획은 쪼그라들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자본 여력이 줄었다며 양사 공동투자 규모가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2억달러 규모 신한금융그룹 전용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1억5000만달러짜리 펀드에 대해서는 오렌지라이프를 비롯한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투자 약정을 했지만 나머지 5000만달러짜리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는 최근에야 1000만달러 가량 투자가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 탓도 크지만, 처음 시작할 때 그렸던 그림에 비하면 '용두사미'가 된 격이다.
그런 가운데 신주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변화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 어피너티와 베어링PEA는 이번 증자 참여로 각각 3.96%, 3.62%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신한금융의 최대 주주인 재일교포들의 지분율은 과거 18% 선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15%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 측이 자신의 우군으로 약 7.58%를 새로 확보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 지배구조에서 경영참영형 사모펀드로서 어피너티와 베어링PEA는 각각 사외이사를 1명씩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 역시 이들에게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에 전환우선주 형식으로 7500억원을 투자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도 사외이사 1명 자리를 갖고 있다. 총 13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조 회장이 끌어들인 사모펀드 이사들이 계속 늘어가는 구도다. 대신 해당 사모펀드는 향후 출자자(LP) 확보 과정에서 신한의 도움을 받을 여지가 생긴다. 단순 투자라기보다는 서로 주고 받는 '거래'인 셈이다.
◆조용병 회장, KKR 대신 새 우군 확보
재일교포 측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이번 신주 유상증자 방안이 승인되긴 했지만 양측의 관계가 전과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대단히 의미가 있는 증자였다. KKR이 신한금융과 진짜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도록 신한금융에서 판을 짰어야 했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입찰을 통해 어피너티 등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양사 간 파트너십은 사실상 흐지부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관전포인트는 신한금융이 글로벌 대체투자 부문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할 것인지, 혹은 어피너티 등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할 것인지 등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