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포스트 홍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싱가포르를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싱가포르를 아시아 교두보로 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중국을 둘러싼 글로벌 갈등 상황을 고려한 텐센트 경영진들의 조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실 텐센트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위챗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고, 인기 게임인 왕자영요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은 인도 정부로부터 사용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시장이 중국 IT,기업에 적대적으로 나오면서 텐센트가 어쩔 수 없이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해외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싱가포르에 신규로 사무실을 설립해 성장가도에 있는 동남아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과 사업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도 현지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친기업적인 금융체계와 법체계로 서방과 중국 양쪽 기업으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반사이익을 얻는 추세다. 홍콩에 비해 정치적인 리스크도 적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좋은 친구로 남겠다"고 공언하는 등 중립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또한 중국과 인도 관계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하자 싱가포르를 차기 아시아 허브로 선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 인수를 위해 40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5월엔 싱가포르 AXA타워의 절반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에도 30억달러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