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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시즌2' 예고한 스가…재정적자·고용악화 숙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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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자민당 총재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스가 차기 총리의 임기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말까지다. ‘1년짜리 총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막아야 한다. ‘고장난 아베노믹스’도 손질해야 한다.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도 그의 몫이다.
아베 계승한다지만…
스가는 아베 내각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특히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를 책임감 있게 이어나가 더욱 진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는 필요하다면 가속페달을 밟겠다고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권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스가가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겠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내각 후반기 들어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8년 가까이 유지한 데 따른 후유증이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재임 기간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배로 불어났다. 재정의 국채의존도는 32%에서 56%로 상승했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자 재정지출로만 경제를 움직이려 한 결과다.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의 피로도도 위험수위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대량 매입한 중앙은행(일본은행)의 국채 보유잔액은 2013년 3월 말 128조엔에서 현재 499조엔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국채의 44%를 일본은행이 갖고 있다. 8월 말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보유금액도 33조엔에 달한다. 그 결과 일본은행의 총자산도 8년여 만에 4.3배 증가했다. 일본은행이 비대해질수록 출구전략은 어려워진다. 국채 비중을 줄이려 하면 국채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거의 모든 금융완화 수단을 동원한 탓에 스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산케이신문에 “잠재성장력이 떨어져 경기가 부진했던 것인데 아베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새 총리는 재정·금융정책을 대폭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보장비 지출은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연금과 의료보험, 육아수당 등 일본 정부가 연간 지급하는 사회보장비는 2018년 121조엔에서 2040년 190조엔으로 불어난다. 아베 총리는 “내각 최대의 도전”이라며 고령자의 사회보장비를 줄여 현역 세대의 복지를 늘리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스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총재 선거 기간에 그는 소비세 인상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후폭풍에 황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 큰 변화 없을 듯
스가 차기 총리 취임 이후의 한·일 관계에 당분간 큰 진폭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가가 외교 정책과 관련해 아베 총리와 상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아베 정권과 크게 차별점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강제징용 판결 배상 문제는 한국 정부가 알아서 풀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총리 잔여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한 데다 한국에 대한 일본 내 국민 감정도 부정적인 만큼 총리 취임 이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새 총리가 취임하면 축전 송부, 상견례 등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계기’가 마련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은 아직 한 차례도 통화하지 않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임락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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