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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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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오직 국익만 영원할 뿐이다’라는 구절이다. 1938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국익을 위해 심지어 악마와도 동맹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소련과 동맹을 맺으며 영국-미국-소련으로 이어지는 대(大)동맹을 완성시켜 히틀러의 침공으로부터 조국을 지켰다. 그러나 이념이 다른 동맹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다소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한동안 한·미 동맹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직자의 발언이 이어졌었다. 지난 3일 이수혁 주미 대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 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동맹은 냉전동맹’이라고 정의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한 두 발언은 우려되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우선 모두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 안보동맹 대(對) 경제동맹, 냉전동맹 대 평화동맹 이분법은 설명은 쉽지만 지나친 단순화로 현실을 왜곡한다. 예를 들어 한·미 동맹은 6·25전쟁 후 안보의 핵심축이 됐지만 경제동맹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번영의 기초가 됐고,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자유·민주·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한·미 동맹에서 안보, 경제, 가치는 구분할 수 없는 한 묶음이다.

또 두 발언에서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동맹에 대한 심층 이해를 찾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영국, 서유럽의 관계는 가치공유가 가치동맹으로 진화한 사례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영국과 서유럽을 히틀러 전체주의로부터 지켜냈고, 마셜 플랜을 통해 전후 복구와 번영으로 이끌었다.

한·미 동맹이 안보동맹, 경제동맹을 넘어선 가치동맹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주미 대사가 간과한 것은 주한 미군 주둔비 협상이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대북 제안에서 협상의 지위를 높인다는 외교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의아스럽다. 또 통일부 장관의 ‘냉전동맹-평화동맹’ 이분법 역시 냉전기 미국은 침략국이었고 소련은 평화국이었다는 수정주의 역사 해석에 근거한 이해여서 우려된다. 소련 붕괴 후 냉전과 6·25전쟁 관련 소련 외교문서가 공개됨으로써 수정주의가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과거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냉전동맹’이라는 비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냉전 시기 동맹은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자유진영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평화동맹’이었다. 이 때문에 ‘냉전동맹이냐 평화동맹이냐’ 식의 갈라치기는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

두 발언은 또 미·중 갈등이 동북아시아에서 경제 대결과 군사 대치 양상으로 전개돼 ‘신냉전’으로 비화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미·소 냉전을 대신하는 미·중 대결에선 ‘미국과 안보동맹, 중국과 경제동맹’이라는 선택지가 약소국에 주어지지 않는다. 중국 편에 서면 미국 주도의 세계무역, 국제통화체제, 정보기술(IT) 생태계로부터 소외될 것이고 세계 경제로부터의 고립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미·중 모두에 버림받는 외교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국익의 붕괴다.

가치 공유의 중요성과 관련, 최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장관이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섰지만 비판받고 반중(反中) 시위대에 시달렸음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문제는 아직까지 세계가 공감하는 ‘가치’와 ‘보편 이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1인 지배체제, 강한 사회동원력, 공산당에 의한 감시와 통제, 국가 통제 경제를 중국적 가치로 세계에 제시할 순 없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동의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미국은 군사동맹 67년 동안 안보 및 경제적 이익을 넘어 자유주의, 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왔다. 최근 들어 미국은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에만 자국 기술의 이용을 허락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가치 공유는 국익이 됐다. 대한민국 미래와 국익을 위해 한·미 동맹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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