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견줄 만한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자리잡은 왓챠(WATCHA).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통신사·방송사까지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 시장에서 2011년 7명으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 왓챠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왓챠의 초기 사명(社名)과 서비스명에 담긴 뜻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왓챠는 2012년 영화 추천 및 평가 서비스로 출발했다. 서비스명은 ‘watch a □(□를 보다)’라는 문구에서 착안했다. 사용자가 영화 20~30편에 별점을 매기면 ‘네모’ 안에 들어갈 만한 작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박태훈 대표(사진)를 비롯한 창업자들은 왓챠를 뜻밖의 어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외치는 ‘유레카’와 같은 의성어로도 생각했다.
사용자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딱 맞는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주기 위해선 빅데이터를 분석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능력이 필수였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영화·드라마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출발점은 철저히 기술이었다. 박 대표는 “신문에 나온 정보기술(IT) 관련 기사는 모두 읽었을 정도로 신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개인화, 자동화, 추천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영화를 서비스 대상으로 삼은 것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였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정확히 추천해내려면 빅데이터 수준의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야 했다. 도서 등 다른 콘텐츠보다는 영화나 드라마가 서비스 대상으로 알맞다고 봤다.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은 왓챠의 초기 회사명에서도 드러난다. 창업 당시 왓챠의 사명은 ‘프로그램스(Frograms)’였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티를 내고 싶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원래 단어 그대로 쓰자니 검색포털에서 ‘프로그램스(Programs)’를 치면 회사가 노출되지 않을 것 같아 앞글자 ‘P’만 ‘F’로 바꿨다. 개구리(frog)처럼 통통 튀는 기업이 되자는 생각도 있었다.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는 강력한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영화 애호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선보인 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즈음인 2016년 1월이다. 추천 알고리즘 기술력에 실제 콘텐츠 서비스까지 결합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왓챠 사용자들은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켜자마자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왓챠플레이는 곧장 성장궤도에 올랐다. 추천 서비스와 함께 국내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영리하게 수입해온 것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국내에서 독점 공개한 미국 HBO의 ‘왕좌의 게임’이 대표적이다.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사용자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프로그램스는 2018년 회사명을 왓챠로 변경했다. 사명과 서비스명이 달라 빚는 혼선을 줄여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7월에는 서비스명도 개편했다. 평가 및 추천 서비스 왓챠는 ‘왓챠피디아’로, OTT ‘왓챠플레이’는 왓챠로 변경했다. 올 하반기 일본 시장 진출에 앞서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왓챠는 오리지널 예능·다큐멘터리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국내 독립영화 제작사에 투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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