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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불리는 곳 [인사이드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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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남단의 휴양지인 푸꾸억(Phu Quoc)에 대한 투자 열기는 광풍에 가까웠다. 베트남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2014년 중앙 정부가 푸꾸억을 태국의 푸켓과 인도네시아의 발리에 필적할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래 5년 간 약 167억 달러(약 17조원)가 한적한 시골 어촌 마을에 쏟아져 들어왔다. 투자 열기가 어찌나 뜨거웠던지 지난해 여름 베트남현지 언론들조차 ‘푸꾸억 투기’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한 현지 언론은 “길이 나지도 않은 곳에 호텔과 리조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 개발에 이례적인 열정을 보였다. 푸꾸억 신공항을 외국 원조 없이 완성한 것만 봐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프랑스 식민 시절 독립투사들의 유배지였던 국토 최남단의 섬이 주목받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을 동남아 물류의 허브로 만들고 싶어했다. 푸꾸억의 총 면적은 590,000sq km로 싱가포르와 거의 비슷하다. 지리상으로도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요로에 위치해 있다. 싱가포르가 해양쪽에 치우쳐 있고, 홍콩은 대륙에 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꾸억의 장점이 뚜렷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 푸꾸억을 오가는 비행기는 하루 70편 정도였다.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과 직항이 연결됐다. 푸꾸억에서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의 관문 공항에 가기 위한 시간은 최대 2시간 이내다. 베트남 정부의 계획은 ‘2030 푸꾸억 마스터 플랜’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푸꾸억 국제공항은 피크 시간대에 20대의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예상 방문자 수는 약 700만명이다. 항구를 통한 수출입 물량은 연간 27,600t에 달할 전망이다.


베트남의 주력 산업인 여행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푸꾸억 개발은 필수다. 베트남 정부는 다낭의 폭발적 성장에서 자국 여행 산업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다낭 이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여행은 소수의 서양 배낭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러시아인들이 나짱, 무이네 등 베트남 남동부 해안을 겨울 휴양지로 애용해왔지만, 그들이 쓰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러시아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나짱 인근의 닌투언엔 이렇다 할 대형 리조트가 없다. 다낭은 베트남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특히 한국인들의 방문이 폭주했다. 그러자 고급 리조트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다낭의 발전은 베트남 정부의 곳간을 늘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푸꾸억은 관광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다낭 등 다른 곳들을 압도한다. 진주섬(pearl island)이라고 불리는 푸꾸억은 연중 기온이 비슷해 사시사철 휴양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다낭만 해도 겨울엔 바다가 거칠고, 강수량이 많다. 비수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푸꾸억에선 연중 내내 맑은 바닷물을 볼 수 있다.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해안선의 길이만 150km에 달한다. 본섬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도 27 개다. 숲 생태계도 천연 그대로다. 면적은 35,000ha에 달한다. 한국의 항공사들이 코로나19 확산 직전, 푸꾸억을 제2의 다낭으로 보고 직항 노선을 대대적으로 늘린 건 이런 배경에서다.

푸꾸억에 대한 마스터 플랜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기획하고 실행되고 있다. 다른 관광지 개발이 지방 정부 관할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의 주요 개발지들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덕분에 푸꾸억 주요 관광지에 약 600개의 숙박 시설이 지어졌다. 호텔과 리조트 등이 제공하는 룸은 약 2만개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2만개의 객실 중 5성급 이상 룸만 1만20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푸꾸억은 베트남 최초로 내국인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빈그룹이 골프장과 함께 만든 사파리는 아세안 국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썬그룹이 본섬과 곁에 붙은 작은 섬을 연결한 해상 케이블은 세계 최장이다. 빈그룹은 대규모 아쿠아리움을 건설 중이고, 아세안 최대 규모의 면세점도 푸꾸억에 들어설 예정이다. 빈, 썬그룹과 함께 베트남의 건설 재벌 중 하나인 BIM그룹은 삼성C&T와 함께 연간 4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워터파크를 지을 계획이다.


이 같은 개발 열기에 힘입어 푸꾸억을 찾는 관광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푸꾸억 관광객은 5백10만6665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나쨩시가 약 7백만명(전년 대비 11% 증가)을 유치한 것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다낭(5백91만7222명, 전년 대비 -23%)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2014년 푸꾸억 관광객이 58만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 사이에 9배 가량 폭증한 셈이다. 베트남 중앙 정부가 푸꾸억을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푸꾸억 개발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2014년에 처음 발표된 이 계획안에 따르면 푸꾸억은 나머지 다른 두 곳(베트남 북동부 해안으로 하이퐁시와 가까운 번돈(Van Don), 나쨩 인근의 번퐁(Van Phong))과 함께 SEZ로 지정되기로 했었다.

덕분에 푸꾸억 부동산 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입지 좋은 주요 토지 가격이 2014년 대비 3배 가량 뛰었다. 엄청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푸꾸억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매각자 우위의 시장이었다. 베트남에 꽤 오래 전에 진출한 미래에셋은 SIM 아일랜드에 투자하려다가 매각측이 가격을 너무 높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꾸억에 대한 투자 열기는 역설적으로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는 결과를 낳았다. 베트남 성장의 과실을 따먹은 국내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과열시키면서 미래에셋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푸꾸억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에 진정 국면이 찾아왔다. 베트남 국회가 푸꾸억을 SEZ로 지정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푸꾸억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급락했다. 이제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푸꾸억 자산 가격이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는 보도가 연일 베트남 언론에 등장했다. 푸꾸억의 SEZ 지정 좌절은 베트남이 직면한 지정학적인 지위와 연관돼 있다. 푸꾸억을 포함한 3곳을 SEZ로 지정하는 법안은 2018년에 베트남 전역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베트남 지식인들은 ‘99년 토지 임차’ 등이 포함돼 있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의 공습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푸꾸억만 해도 사실상 중국령이나 다름없는 캄보디아 캄포트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중국은 캄포트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캄보디아를 중국화하는데 성공했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이 공유하고 있는 이 해역(국제적으로는 타이만으로 통칭)은 중국이 자국의 신실크로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관할로 두려는 곳 중 하나다. 하이퐁 인근 번돈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하노이를 공략하기 위해 ‘애용’했던 해상 공격로다. 나쨩 인근 번퐁 역시 베트남이 자국의 동해(남중국해)를 수호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다. 베트남은 이미 2014년에 대규모 반중 시위 경험을 갖고 있던 터다. 푸꾸억에 대한 SEZ 철회는 이런 배경에서 결정됐다.


푸꾸억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8월 말 현재 계획돼 있는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는 약 1500만 달러 규모다. 베트남 재벌들이 약 150억달러를 푸꾸억에 쏟아 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약한 숫자다. 7월까지만 해도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아 내국인 위주로 관광이 재개되긴 했지만 기껏해야 5만명도 안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달 다낭발 확진자가 다시 나오면서 푸꾸억 관광은 다시 중단됐다. 푸꾸억 부동산 가격이 어디까지 더 떨어질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푸꾸억 부동산 시장은 처음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모든 투자 계획이 중단됐다. 베트남 투자자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그룹 등 대형 재벌들은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매물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자체가 없어 공식 가격은 없지만 2019년 말 대비 최소 30% 가량 떨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베트남 정부가 푸꾸억에 대한 SEZ 지정을 다시 재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푸꾸억은 지난 7월에 중앙정부에 도시로의 승격을 요청한 바 있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섬 단위 성(省)이 하노이, 호찌민과 같은 직할시로 승격된다. 베트남 최초다. 관광지로서 재조명될 게 자명하다. 베트남과 한국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30일 이내 베트남 방문은 양국에서 격리 면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억을 코로나19 안전 구역으로 지정해 올 겨울 한국 여행객들을 잡기 위한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전면 중단된 한국인 관광객 비자 면제도 푸꾸억에서 먼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선 언제 푸꾸억에 발을 들일 것인 지, ‘타이밍’이 중요한 시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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