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다음달 22일 열릴 첫 재판을 앞두고 엘리트 판사 출신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전면 교체했다.
9일 현재 법원에 등록된 이 부회장의 변호인 11명 중 9명이 판사 출신이다. 지난 6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방패 역할을 톡톡히 했던 특수통 출신 김기동 변호사와 서울서부지검장 출신 이동열 변호사 등은 사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지난 7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하상혁(26기) 최영락(27기) 이중표(33기)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하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 당시 조세·상사 사건을 전담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어 기업회계 및 감사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이 변호사는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자문 단계에서부터 사건을 담당했던 김앤장의 안정호(21기) 김유진(22기) 김현보(27기) 변호사 역시 판사 출신이다. 안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김유진·김현보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를 거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통상 대법관 후보에 오른 판사들이 거치는 자리여서 ‘엘리트 코스’로 불린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16기) 권순익(21기) 김일연(27기)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모두 판사 출신이다. 송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송 변호사는 권 변호사와 함께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1심을 맡기도 했다. 권 변호사와 김일연 변호사도 모두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이외 국가정보원 2차장 출신인 최윤수 변호사(22기)와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김형욱 변호사(31기)도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는다.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의 법적 쟁점이 복잡하고 수사 기록만 21만4000여 쪽에 달하는 만큼 재판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으로 변호인단을 채웠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1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등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22일 시작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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