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요술 뿔피리’는 19세기 초 독일 각지에서 수집한 민속시집이다. 구스타프 말러는 이를 기초로 여러 곡을 썼는데, 관현악 반주를 붙인 10곡의 ‘뿔피리’ 가곡집(1892~1899)이 특히 중요하다.
그 첫 곡이 ‘보초병의 밤 노래’다. 조용한 행진곡 리듬이 한밤의 전쟁터를 가리킨다. 한 병사가 “모두 잠잘 때 보초를 서다니 너무 힘들어”라고 탄식할 때 환청이 들려온다. “내 사랑 슬퍼하지 말아요. 장미 정원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보초병은 오히려 각성한다. “그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지. 날카로운 창칼의 전쟁터, 이곳이 내 자리야.”
남자에게 군복무란 한동안 나를 위한 삶을 억제하고 나라에 봉사하는 기간이다. 노래 속 병사도 징집돼 끌려온 졸병에 불과하겠지만 군인의 의무를 자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군대 문제에 권력의 불공정성이 개입됐을지 모른다는 의혹만으로도 국민적 반감이 폭발하는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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