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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그린스펀 풋'과 '파월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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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987년 취임 직후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S&P500지수가 하루 새 20.5% 급락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는 즉각 금리를 낮추고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 폭락을 막았다.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 롱텀캐피털 사태, 닷컴 버블 등 위기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하로 자산 시장을 떠받쳤다.

이 과정에서 나온 용어가 ‘그린스펀 풋(put)’이다. 그린스펀이 증시 침체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풋옵션(put option: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파생금융상품)’처럼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말이다. 후임 벤 버냉키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버냉키 풋’이란 말을 들었다.

코로나위기를 맞은 올 3월에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이름을 딴 ‘파월 풋’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013년 취임 이후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중심의 ‘구로다 풋’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모두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채로 떠받친 호황이 끝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진다.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파는 지경에 이르면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고 만다. 이를 경고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이름을 빗대어 ‘민스키 모멘트’라는 용어가 나왔다.

‘파월 풋’ 덕분에 최근까지 가파르게 치솟던 미국 증시가 지난주 일제히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건전한 숨 고르기’인가 ‘민스키 모멘트’인가 하는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논쟁이 간단치 않은 것은 최근 파월 의장이 ‘평균물가목표제(AIT)’라는 낯선 정책을 들고나온 데서 보듯 중앙은행 역할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AIT를 통해 실업과 물가의 역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의 사실상 폐기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 통화정책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결국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 써도 괜찮다는 현대통화이론(MMT)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부채에 기댄 시장은 오래갈 수 없다”며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지금 주식시장은 카지노판과 같다”며 “개미들은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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