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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후속편 낸 권오현 고문 "리더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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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사진)이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오는 10일 출간한다. 2018년 출간돼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 '초격차'의 후속편이다. 초격차는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을 뜻하는 용어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설명할 때 주로 활용된다.

2년 전 출간된 초격차는 리더의 경영 철학과 자질 등에 대한 책이다. 두 번째 책은 권 고문이 초격차 출간 이후 일선 경영자들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실천편'이다. 권 고문은 책에 "많은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이 대동소이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나름대로 도움이 될 만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다듬게 되었고, 좀 더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도전, 창조, 협력 중심으로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진정한 초격차' 도달
책은 '리더(혁신과 문화의 선도자)', '혁신(생존과 성장의 조건)', '문화(초격차 달성의 기반)' 등 3장으로 구성된다. 목차는 구체적인 질문에 권 회장이 답하는 식으로 정리돼있다. 질문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요', '최고 책임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혁신을 제대로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조직 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입니까' 등 총 32개다.

권 고문은 책에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리더' 역할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는데, 리더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수십 년 전의 기업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며 "기업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더들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만 진정한 ‘초격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좋은 리더는 도전, 창조, 협력의 정신이 기업 문화에 녹아들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지속 가능한 혁신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한다"고 조언했다.

'위기론'을 남발하는 한국 경영자들에게도 일침을 놨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거나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일 때마다 '위기인데 근무 기강이 해이하다' 등의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경영자들을 질타한 것이다. 권 고문은 "위기감을 조성하거나 근무 기강을 들먹이는 행동은 자신의 잘못을 직원들에게 덤터기 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위기를 자꾸 이야기할수록 구성원들은 '우리가 언제 위기 아닌 적이 있었나'라고 생각하며 무감각해진다는 게 권 고문의 지적이다. 그는 "리더는 위기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권 고문은 "아무도 위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준비만 잘한다면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역할은 유능한 인재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난세(亂世)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 위기 상황에서는 특출한 인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컨설팅은 '듣기 좋은 말'만 보고할 가능성 커
변화와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계획은 기획팀이 아닌 '리더'가 직접 세워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권 고문은 "부하 직원들은 컨설팅 업체 같은 곳을 섭외해서 듣기 좋고 허황된 말들, 즉 리더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써서 보고하고 끝내버린다"며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부하 직원에게 시키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큰 직무유기"라고 했다. 이어 "
조직 내부의 효율을 극대화해 잘 굴러가게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은 효율의 극대화가 아니라 시장에 충격(impact)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좀 더 높은 레벨에서 볼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게 권 고문의 주장이다. 그는 "한 분야에서 외길만 걸어온 사람이 사장이 되면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을 유능하다고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의견을 잘 듣고 상호 피드백을 원활하게 하는 리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리더가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복잡한 '직위 체계'도 리더가 바꿔야 할 구습으로 꼽혔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으로 이어지는 '직급'가 '직책'이 혼재된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부장이 실제 부서의 장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고 과가 있었던 시절에는 과장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조직에선 과장이나 부장이 '과장급'의, '부장급'의 연륜이 됐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 고문은 대안으로 ‘실무급’과 ‘임원급’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무급 안에서 직위는 두세등급으로 나누고 직책에 맞게 능력 있는 인재를 임명하면 된다는 얘기다. 권 고문은 "책임과 권한에 맞게 직책은 부여하되 임원급이 아닌 사원들은 주니어 사원과 시니어 사원 정도로 나누면 충분할 것"이라며 "임원급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권 고문은 다른 곳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연구 성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배타적 문화', 상대방과의 '경쟁'에 급급한 '호모지니어스 조직' 대신 '상대의 실수와 상관 없이 스스로 최고의 실력을 갖추는 것'에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내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호모지니어스' 문화를 과감히 깰 필요가 있다"며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헤테로지니어스' 조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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