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30일(11: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조업계의 최대 화젯거리는 업계 8위인 좋은라이프가 1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일이다. 선두 업체가 소규모 업체를 인수해 사세를 확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반대의 경우는 드물어서다.
작은 업체의 경우 재정 여력이 부족할 뿐더러 인지도, 시장 점유율 등도 낮아 대형 업체를 인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된 데에는 좋은라이프를 보유 중인 국내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의 막강한 자본력과 차별화된 ‘볼트온(유관 기업 추가 인수)’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VIG가 상조업체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때는 2015년이다. 당시 국내 상조업계는 진입장벽이 낮아 200여개의 소규모 업체가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었다. VIG는 여러 업체를 합병해 산업화한 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PEF들이 업계 내 상위 업체를 인수하는 통상적인 방식대로 프리드라이프 측에 먼저 접촉을 시도했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형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던 터라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VIG는 재무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인 소규모 업체 좋은라이프를 먼저 인수한 뒤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후 2017년 금강문화허브, 2019년 모던종합상조를 잇따라 인수해 규모를 키워나갔다. 회원수가 10만명 수준이었던 좋은라이프는 지난해 40만명까지 늘었다.
마침내 지난해 기회가 왔다. 프리드라이프는 좋은라이프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면서 VIG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VIG는 지난 6월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내년 통합 법인 출범을 목표로 좋은라이프와 프리드라이프의 조직 정비가 진행 중이다. VIG는 상조업계 투자 4년 만에 회원 수 150만명, 약 2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보람상조와 1위를 다투고 있다.
박병무 VIG 대표는 “상조업의 경우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용은 줄어든다”며 “전국망 단위 조직을 꾸리기 위해서 대형 업체를 인수하는 큰 그림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라이프 인수로 상조업계에 대한 실질적 이해가 늘면서 큰 업체를 인수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VIG가 프리드라이프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포트폴리오 기업 ‘왕도매식자재마트’를 운영하는 ‘윈플러스’를 통해 한화그룹의 식자재유통 및 급식 사업부(푸디스트)를 인수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2018년 식자재를 유통하는 윈플러스를 인수한 VIG는 1년여 간의 경영 경험을 통해 대기업 외식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VIG는 대기업 외식사업부문 중 한화그룹이 가격 및 내부 상황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협상을 벌인 끝에 인수를 성공했다. 윈플러스의 식자재를 한화가 운영하는 급식업체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거래처와 매출을 확보하고 비용도 낮추는 등 '상호 윈윈'하고 있다.
신재하 VIG 대표는 “큰 회사의 경우 경영진이나 내부 시스템에 잘 갖춰져 있어 작은 업체를 추가 인수해도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면 돼 큰 문제가 없다"며 "반대의 경우엔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유기적인 결합이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딜 소싱 및 운영, 자금 모집 능력 등이 모두 갖춰져 있을 때 성공적인 볼트온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VIG는 볼트온 작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온 대표적인 하우스다. 2014년 인수한 써머스플랫폼, 2016년 인수한 하이파킹 역시 유관업체들을 추가 인수해 규모를 키운 뒤 매각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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