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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비명…식당 1300곳 폐업, 공무원 2만2000명 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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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식당·카페 주인, 체육관 운영자 등 자영업자들은 입을 맞춘 듯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3월 봉쇄령을 내린 지 5개월여 만에 경제 수도가 유령도시로 전락했다며 한탄했다.

뉴욕은 지난 17일부터 볼링장 등 일부 체육시설 영업을 허가한 데 이어 24일엔 미술관 박물관 수족관 등의 재개장을 허용했다. 하루 1만 명을 넘던 확진자가 500~600명 수준으로 확 떨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재개장한 탓인지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엔 관람객이 2~3명에 불과한 전시실이 적지 않았다. 실내 카페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직원 한 명이 생수만 팔고 있었다. 이 미술관은 봉쇄령 이후 전체 직원의 20%인 80여 명을 해고했다. 한 직원은 “지금은 예약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다”며 “최대 수용능력 대비 25%까지 받을 수 있지만 다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내 헬스장 중 문을 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대부분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뉴욕주에서 재개장을 허용했지만 시 차원에서 환기시설 구비 등 갖가지 규제를 내걸고 있어서다.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있던 맨해튼의 ‘X93 피트니스’ 관계자는 “문을 다시 열더라도 회원들은 무조건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해야 한다”며 “다음주부터 1주일에 이틀만 개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 중심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은행들도 극도로 몸을 사렸다. 웰스파고 등 은행 지점들은 예약하지 않은 고객이 찾을 때마다 정문에서 돌려보내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식당과 카페다. 수개월째 실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배달·포장 서비스 확대는 물론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뉴욕 내 2만5000여 개 식당·주점 중에서 야외 영업이 가능한 곳은 절반도 안 된다는 게 뉴욕시 접객업협회 측 설명이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3월 이후 뉴욕에서만 식당 1300여 곳이 부도를 냈다. 사라진 식객업 일자리는 16만 개에 달한다. 비교적 고급인 A레스토랑 주인은 “임차료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작년 대비 30% 수준”이라며 “뉴욕엔 추위가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야외 영업도 곧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뉴욕에서 사람이 몰리는 곳은 따로 있었다. 대형 할인점과 공원이다. 코스트코 타깃 월마트 등에는 입장 대기 줄이 길었다. 재택근무 장기화의 영향이다. 센트럴파크도 마찬가지였다. 공원 내 어린이 놀이시설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최근 영업을 재개한 안경점 앞에도 긴 줄이 형성됐다. 안경 체인점인 와비파커 직원은 “그동안 안경을 구입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뉴욕시도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세금이 턱없이 부족해져서다. 지금 상태로는 향후 2년간 공무원 2만2000여 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1970년대 초 이후 약 50년 만에 봉착한 재정 위기다.

부동산업체 릴레이티드컴퍼니의 제프 블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의 엔진 뉴욕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젠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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