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일원동 일대 개포지구가 ‘30억원 시대’(전용면적 84㎡ 기준)를 열었다. 내년 7월 입주하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전용 84㎡ 분양권이 30억원에 거래됐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지역 대장 아파트들이 최고가를 신고하고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 첫 30억원 거래
3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 30층 분양권이 지난 30일 30억원에 실거래됐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권은 전매할 수 없지만 매도인이 지방으로 이사가면서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가된 매물”이라며 “30억원보다 더 주겠다는 매수자도 있었지만 먼저 협의한 매수자와 계약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개포지구에서 전용 84㎡가 30억원대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최고가는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 보류지가 지난 3월 29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20일 25억9000만원에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4억1000만원 올랐다.
개포지구에서는 디에이치아너힐즈와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가 있는 개포동 쪽이 고급화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입지 자체는 디에이치자이개포가 있는 일원동 블록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철역과 거리가 먼 개포동 단지들과 달리 디에이치자이개포는 3호선 대청역, 분당선 대모산입구역과 바로 붙어 있는 더블역세권이다. 일원초, 중동중·고 등 학군도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또 내년 초 디에이치포레센트가 입주하고, 개포한신 등의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 블록 전체가 하나의 초대형 단지를 이루게 된다. 입주가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상황인데도 디에이치자이개포가 개포동에서 최초로 30억원 거래를 신고한 이유다. 통상 분양권은 입주 시기가 다가올수록 가격이 더 오른다. 같은 블록의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전용 84㎡도 얼마 전 24억85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24억원)를 경신했다.
일원동 A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 일원동 블록은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의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영동대로 라인”이라며 “대치동 학원가 접근성도 뛰어나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줄었지만 대장주 신고가 이어져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도인과 매수자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양상이다. 부동산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맞물려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호가는 여전히 최고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대장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서울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대치동 은마 전용 76㎡는 지난 6일 역대 최고가인 22억2000만원을 찍었다. 기존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21억5000만원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144㎡는 지난 10일 4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6월 36억7000만원에 팔린 뒤 두 달 만에 3억3000만원 올랐다.
강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사대문 안 대장주로 통하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84㎡는 지난 5일 17억4500만원 신고가로 계약을 마쳤다. 지난 6월 노원구에서 처음으로 전용 84㎡가 10억원대를 돌파한 중계동 청구3차는 8일 11억900만원까지 집값이 치솟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포와 대치, 개포 등이 강남권 부촌 경쟁을 벌이며 가격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최선호 지역은 세금 등 규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