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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소동'이 놓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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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결국 6개월 더 연장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공매도 금지를 과연 연장해야 하는지, 또는 애초에 공매도 금지가 필요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 연장이란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복기해 보면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허용된 것은 1996년 2월부터다. 상장사 주식을 기관투자가끼리 빌리고 빌려주는 대차제도가 도입되면서 기관들의 공매도가 가능해졌다. 그때 이후 약 25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요즘처럼 공매도가 만인의 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한 달 새 금융위원장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 다수의 국회의원, 심지어 경기지사까지 나서서 공매도에 대한 자신들의 ‘정견’을 피력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코로나19 발발 이전 기록한 연중 최고점을 돌파할 때를 전후해 나온 발언들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공매도 토론회장엔 10여 명의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부활 결사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패널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폐지 또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게시판에는 ‘공매도 제도가 주식시장을 불법 도박사이트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 ‘개선 없는 공매도 재개는 개인투자자를 죽입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허구입니다’ 등의 주장이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우선 학계에선 공매도 금지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엄경식 서울시립대 교수 등은 2011년 발표한 논문에서 “(외국인의) 주식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촉발한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증권학회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시장 전체 차원이나 개별 종목 차원 모두에서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특이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역사를 살펴봐도 공매도 금지 연장이 필요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29일)와 유럽 재정위기 때(2011년 8월 10일~11월 9일)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적이 있다. 당시 공매도를 재개한 이후에도 코스피지수는 1개월 전후의 소폭 조정을 거친 뒤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그 단기 조정도 공매도 재개 때문인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주식시장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공매도를 위험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면 한국 증시에 중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시점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지난 6월 19일 조기 종료했다. 대만은 이때를 전후해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됐다.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총 10개국이 공매도를 금지했다.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밖에 없다. 대만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은 이미 공매도를 재개했다. 한국의 경제 상황, 기업의 기초체력, 주식시장 수급이 과연 이들 국가보다 더 취약한지 의문이다.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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