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무 7조를 안 읽어봤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무 7조를 읽어봤느냐'는 송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읽진 않았다"고 답했다. '안 읽어보시면 안된다. 대통령은 읽어보셨겠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제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송 의원은 재차 '시무 7조에 잘못된 주택정책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추정은 되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역시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송 의원은 이에 "장관이 제대로 된 정책을 하려고 하면 민심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꾸짖었다. 김 장관은 '읽어보실 의향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시무 7조는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게 됐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청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하는 등 김 장관을 거세게 비난했다. 앞 글자만 읽으면 ‘현미’ ‘해찬’ ‘미애’ 등 정부와 여당 인사의 이름을 적시했다.
청원 작성자인 조은산은 필명으로 30대 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얕고 설익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천한 자가 써내려간 미천한 글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다”며 “능력에 비추어 너무도 과한 찬사와 관심을 받아 두렵다”고 썼다.
조은산은 지난 24일에도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1주택이 인사 기준이 됐다고 한 청와대의 발표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청원도 동의자가 100명을 넘어 공개 여부가 곧 결정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