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종목인 한글과컴퓨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반등 국면에서 코스닥지수를 크게 웃도는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가 저점(3월 19일 428.35)부터 최근까지 약 두 배 오르는 동안 한글과컴퓨터는 저점(23일 6500원) 대비 세 배 상승했다. 최근 한글과컴퓨터 주가는 2018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해온 대표적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다. 김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종목의 목표주가를 1만7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크게 올렸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이 높아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오히려 한글과컴퓨터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연구원은 “2017년 인수한 방역제품 전문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마스크 판매량이 1분기 900만 장에서 2분기 1900만 장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방역복 판매량도 2분기 40만 장을 기록해 마스크와 함께 실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와 방역복 판매량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마스크 평균 판매가격(ASP)은 상반기 1000원에서 하반기 700~800원으로 감소할 예정이지만 판매 수량 증가가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컴라이프케어는 마스크를 매월 900만 장 생산하며 가동률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추가 생산라인도 10월 가동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오는 4분기에는 이 회사의 마스크 최대 생산량이 세 배 이상 늘어난다. 하지만 과잉 생산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최근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수출하는 게 허용됐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생산 물량을 시장이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컴라이프케어의 방역복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마스크와 달리 방역복 ASP는 상반기와 비슷한 1만3000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매우 뛰어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돼 마스크와 방역복의 글로벌 수요가 일시에 급감하지 않는 한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 개선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글과컴퓨터가 만드는 사무용 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는 최근 해외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 해외 판매 대행 업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이 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클라우드 오피스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는 향후 수년간 주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일단 시장의 크기 자체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SW 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약 1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상용 SW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4.0%를 크게 웃돈다. 클라우드 오피스 SW에 강점이 있는 한글과컴퓨터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컴오피스는 KT와의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 오피스 SW가 본격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또 다른 미래 먹거리로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도 개척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결합한 외국어 학습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설령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마스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은 상당 기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 물품 판매량이 감소하면 클라우드 SW 부문의 성장이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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