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사진)이 20년 만에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가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증권금융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자본금과 유동성 공급 창구만 잘 활용해도 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며 반대할 가능성이 있어 고심 중이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자 방식은 주주 배정 유상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주들이 신주를 떠안는 방식이다. 증자 규모와 신주 배정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증자를 하려면 이사회에서 안건을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차기 이사회 전에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금융의 증자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금융이 증자를 추진하는 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증권금융이 일선 증권사를 지원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을 때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에 시달렸다. 당시 증권사들이 증권금융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증권금융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의 압박을 받은 뒤에야 증권사 대출 규모를 6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자본력이 약해 당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어려웠던 게 증자를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증자에 주주들이 선뜻 동의해줄지는 미지수다. 증권금융 주주는 한국거래소(지분율 11.3%) 우리은행(7.8%) 하나은행(7.0%) NH투자증권(6.2%) 등이다.
증권금융 기관 주주는 대부분 “증권금융이 아직 증자에 대한 견해를 물어온 적이 없으며 질의를 받으면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증권금융이 내세우는 ‘지원 여력 확충’의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증권금융이 머니마켓펀드(MMF) 정기예금 등에 넣어놨던 돈을 빼면 지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금융위의 지적을 받은 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지원 의지가 약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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