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추모 분향소 설치의 위법 여부 판단을 미뤘다. 복지부는 박 전 시장의 추모 분향소 설치가 감염법예방법상 ‘집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상 ‘집합’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상 ‘집회’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판단을 유보했다.
24일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박 전 시장의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상 ‘집회’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상 ‘집합’에 해당한다고 회신했다.
회신에서 복지부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인을 상대로 조문을 받는 행위가 집회, 제례, 집합 중 어느 행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집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집회나 흥행, 제례 등은 해당 조문의 구조상 ‘집합’이란 개념의 하위개념으로 집합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병예방법상의 집회가 집시법상 신고가 필요한 집회인지 여부는 집시법을 관할하지 않는 우리 부에서 판단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서울광장 등 도심 지역에 집회를 제한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달 박 전 시장이 사망하고 분향소가 서울광장에 세워지면서 서울시 스스로 고시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 등이 잇따르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복지부에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인지에 관한 유권해석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모호한 의견 제출에 해석도 갈리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복지부가 박 전 시장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 사실상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설치 주체인 서울시는 물론이고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도 감염병 확산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대문경찰서는 복지부의 회신이 명백히 위법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복지부가) 분향소 설치를 명확하게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재질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복지부의 회신과 관련한 해명자료에서 “서울시는 고령자 참여, 참여자간 거리두기 어려움, 마스크 미착용자 다수, 구호 외침, 음식 섭취 등으로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은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한 것이며 제례는 금지대상이 아니다”며 “비슷한 시기 고 백선엽 장군 분향소가 광화문에 설치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금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남영/하수정/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