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의 난’이 현실화했다. 조양래 그룹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공식 선언하자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공식 반기를 든 것이다.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25일 ‘조 부회장이 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했다. 조 부회장이 이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조 사장에게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체(23.5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2446억원에 넘겼다. 이 거래를 통해 조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 주주(지분율 42.90%)로 올라섰다. 사실상 조 사장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준 셈이다.
그러자 조 이사장이 먼저 반발했다. 지난달 조 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조 회장이 보유 지분 전체를 넘긴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조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있고, 하루에 4~5㎞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 부회장 역시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조 부회장은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님 본인뿐 아니라 그룹, 주주, 임직원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 절차 내에서 전문가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또 성년후견심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