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세라티의 슈퍼 SUV ‘르반떼 트로페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SUV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스포츠카 못지않은 고성능 주행 능력까지 갖춰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2019 서울모터쇼’에서 SUV 라인업의 최상급 모델인 르반떼 트로페오를 공개했다. ‘폭풍 같은 질주 본능’이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트로페오는 2016년 마세라티가 자사 첫 럭셔리 SUV 모델인 르반떼를 출시하기 전부터 기획한 모델이다.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제작됐다.
트로페오는 시속 300㎞가 넘는 폭발적인 속도가 특징이다. 비결은 고성능 엔진이다. 마세라티의 플래그십(전략)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V8 엔진을 재설계해 6250rpm(엔진 회전수)에서 590마력의 최고 출력을 끌어냈다.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 꼽히는 V8 엔진은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공동 제조된다. 페라리의 파워트레인 개발팀과 수작업으로 만드는 엔진은 실린더 뱅크에 신형 터보차저(엔진에 압축공기를 넣어 출력을 높이는 장치)를 하나씩 설치한다. 또 실린더 안에 고압펌프로 연료를 분사하는 ‘직분사 방식’으로 엔진의 반응 속도와 효율성을 높였다.
르반떼 트로페오만의 ‘코르사(Corsa)’ 주행 모드도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코르사 모드를 실행하면 빠른 기어변속 속도, 낮은 에어 서스펜션(완충장치) 높이,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최적으로 제어 가능하다. 가속성능을 극대화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도 지원한다. 이 덕분에 트로페오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초를 넘지 않는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마세라티 SUV 모델 최초로 통합 차체 컨트롤도 도입했다. 차량 제어 능력을 잃는 상황을 대비해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할 시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제동력을 분배하는 기능이다.
내·외장 디자인도 트로페오의 ‘레이싱 DNA’를 적용했다. 전면 그릴은 세로 줄을 두 개로 늘린 ‘더블 수직바’와 ‘블랙 피아노’ 색상으로 공격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트로페오 전용 디자인을 적용한 보닛에는 엔진의 열기를 식혀주는 배출구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앞쪽에는 마세라티의 상징인 에어 벤트 3개를 배치했다. 뒤로 갈수록 매끈해지는 루프 라인도 특징이다. 전면 풀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는 주변에 다른 차량이 감지될 경우 상대 차량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명의 방향을 즉시 조절한다.
내장은 최상급 천연가죽 피에노 피오레를 사용한 스포츠 시트와 도어 패널은 더블스티칭(두 줄로 이어진 바늘땀)으로 마감해 세련미를 더했다. 17개의 스피커, 8.4인치 터치 컨트롤 디스플레이 등으로 운전자 편의성도 강화했다. 가격은 2억3200만원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