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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건물 다 드릴께요" 한국中企 문턱 닳도록 찾는 亞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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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A이사장은 지난 7월 인도 대사관측 요청으로 오찬을 함께하며 "인도에 공장을 세워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인도 대사관 관계자는 “공장 부지도 마련해주고, 세금도 깎아주겠다”고 설득했다. 인도내 공장 근로자 임금이 월 300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10분의 1수준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평소 늘어나는 정부 규제와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던 A이사장은 이참에 공장을 이전할까 검토도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A이사장은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당장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화장품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B사장도 최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대사관측으로부터 공장 이전시 각종 인센티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C사장은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측의 설득으로 결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연내 현지 공장을 가동해, 국내 일감 상당부분을 우즈베키스탄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각 국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사실상 봉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에 공장 설립 등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뿐만 아니라 인도 등 남아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김기문 회장과 면담했고, 6월엔 인도대사관 참사관이 중기중앙회를 다시 찾았다. “한국 중소기업 유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가”, “한국 중소기업과 접촉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가” 등을 문의하기 위해서다. 바키트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역시 2월 김기문 회장과 면담했고, 스리랑카 대사관 실무자는 5월 중기중앙회를 찾아 한국 중소기업 유치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 이들은 △법인세 감면 및 면제 △연구개발 인센티브 제공 △부지 무상 제공 △유망 업종 투자시 현금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공장을 세워줄 중소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 중소기업 유치에 사활을 건 것은 자국내 제조업 육성과 이에 따른 고용 증대 효과 때문이다. 아직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던 이들 국가는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 중소기업을 유치해 ‘V’자형 경제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인도의 경우 중국과의 국경 분쟁 등 외교 갈등으로 자국내 제조업의 성장 기폭제 역할을 중국이 아닌 한국 기업이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 유치에 사실상 대사관 전 직원이 동원된 상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가진데다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제조업 역사가 길어 신흥국가 입장에선 가장 유치하고 싶은 기업들이 많은 국가"라며 "심지어 '땅도 주고, 건물까지 지어줄테니, 설비와 기술만 가지고 와달라'고 요청하는 국가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소기업의 해외 공장 및 사무소 설립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실(미래통합당)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 설립한 법인 수는 2016년 1684개에서 2019년 2056개로 3년만에 22%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67억달러에서 153억달러로 2.2배로 늘어났다. 해외진출 기업의 리쇼어링(기업 유턴) 사례는 매년 10여개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연도별 1분기 중소기업 해외투자 규모는 2018년 18억달러에서 2019년 37억달러로 2배이상 늘어난 데이어 올해 1분기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35억달러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별로 인도의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는 2019년 1분기 2605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1억7226만달러로 6.6배로 급증했다. 문제는 현지 진출 목적만이 아닌 국내 사업을 접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건수는 522건으로 동기간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반면 법인 회생 신청은 448건으로 작년 동기 9.9%감소해,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재기를 모색하기 보다 사업 포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중소기업 대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비롯해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늘리고, 노동조합에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한 것이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라며 “해외 공장 유치 소식에 더욱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KOTRA가 지난 3월 해외진출 기업 1000여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내 복귀 의향을 보인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국내 복귀하지 않는 사유로는 생산비용 상승(66.7%), 노동환경(58.3%), 각종 규제(33.3%) 등이 꼽혔다.

실제 본지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10개 경제·노동·환경법에 규정된 357개 벌칙조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88.2%(315개)가 양벌규정 등을 통해 사업주(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제인 처벌 규정은 2657개로 20년 전인 1999년(1868개)에 비해 약 42% 증가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회장은 “고용 유연성 측면에서도 제조업 기지로서 한국의 메리트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실제 미국 공장에서 사람 한 명 뽑을 때보다 한국에서 뽑을 때 비용이 더 든다”고 했다. 점심 식대, 피복값, 주휴수당 등에 고용보험 퇴직금 연차수당 등 법정비용도 월 최소 44만원이 필요해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1만원대로 미국(시간당 7~8달러)보다 높다는 것이다.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정부가 리쇼어링에 나설 때가 아니라 국내에 남아있는 중소기업부터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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