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에서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부각되고 있다. 달러도 강세를 보이면서 1170원대 진입을 눈 앞에 뒀던 원·달러 환율도 재차 1190원대 근방까지 치솟았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한 때 6원2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92원50전을 기록했다. 지난달 1900~1205원을 오가던 환율은 이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9일에는 1181원20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8월 중순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서는 등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자 환율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2차 대유행으로 올해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0.2%)를 밑돌 것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으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여기에 해외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반영됐다.
반면 미국 달러가치는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지난 18일 92.25로 올해 고점인 3월19일(103.60)에 비해 10.95%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들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돈을 찍어내자 달러화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화가치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달러인덱스는 93.24로 마감하며 지난 18일에 비해 1.07% 뛰었다. 미국 경제지표가 다소 호전된 영향이다. 이달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6으로 전월(50.9)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19개월래 최고치다. PMI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심리를 산출한 경기 지표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비슷한 지수다.
앞으로 환율의 향방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가 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영화관과 결혼식장, 카페 등 중위험시설까지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인력의 50%는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소비와 고용 지표가 크게 훼손되는 만큼 성장률은 물론 원화 가치도 급락할 수 있다.
환율은 앞으로 1190~1200원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떨어져도 1180원이 탄탄한 지지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은 국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우려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더디 수출 회복세로 1180원 선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환율은 국내 코로나 확산과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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