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구내식당마다 칸막이가 쳐졌죠. 댓글이 흥미로워요. 젊은이는 ‘이제야 상사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혼밥할 수 있겠다’면서 좋아합니다. 여러분, 우리 사회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혼자’ 사는 사회로 분화되고 있었던 겁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사진)은 지난 21일 강원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정선포럼에 연사로 나서 “혼자 있기를 원하는 현재의 트렌드는 코로나19가 갑자기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소프트는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00년 분사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전문기업이다. 송 부사장은 2011년부터 10년째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송 부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빅데이터가 가리키는 사회변화의 방향을 미리 포착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혼자’로 분화되는 삶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10년 전에 일본처럼 칸막이로 나눠진 일렬 식탁이 한국에 등장하자 뉴스로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2013년 저희(다음소프트) 데이터베이스에 ‘혼밥’이란 단어가 처음 나왔는데, 2018년엔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혼자’와 관련된 검색어가 39개로 늘더니 올해엔 65개가 됐다”고 했다.
“우리 회사엔 20대 연구원이 많아요. 하루는 어느 한 분이 출근을 안 했길래 옆자리 직원에게 전화해보라고 지시했어요. 그러니까 그 직원이 ‘문자 해놨어요’라고 답하더라고요. 전화는 안 받냐고 다시 물어보니 ‘문자했다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전화는 예의가 아닌 거예요. 결국 분화하는 사회, 비대면 확산, 이런 변화는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져온 겁니다. 현재의 변화를 계속 관찰하세요. 미래는 갑자기 뚝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송 부사장은 이날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강원의 미래전략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그는 “최근 강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사람들이 예전처럼 오죽헌, 경포대를 찾지 않는다”면서 “사진 찍었을 때 예쁜 특정 장소, 유명 커피브랜드의 본점이 젊은이들을 강릉으로 불러모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이 새롭게 브랜딩되면서 성공 사례로 거듭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전통적으로 강원도를 대표하던 원주와 춘천보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양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양양이 최근 뜬 이유는 바로 ‘서핑’”이라며 “이제 소위 ‘핫플’로 불리는 곳은 이국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 감성을 다룰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송 부사장은 “해외로 나가던 여행객이 이제 국내 어딘가로 가게 됐다”며 “국내 여행산업에 굉장한 모멘텀인 만큼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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