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오징어가 어디로 갔지?” 지난 6월 ‘반짝 풍어’를 기록했던 동해안 오징어가 다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두 달 전에 마리당 2500원 안팎이던 산지 가격이 지난주 5000원까지 치솟았다. ‘금(金)징어’가 따로 없다.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부족해진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불법 남획과 해수온도 변동에 따른 어종 변화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큰 문제가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다. 이들은 오징어 산란지역인 해양자원 보호구역까지 마구잡이로 훑고 다녀 ‘검은 선단’으로 불린다.
보다 못한 국제 민간단체 ‘글로벌어업감시(GFW)’가 인공위성을 통한 감시에 나섰다. 이 단체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오징어 주요 이동 경로인 동해의 북한 수역에 몰린 ‘검은 선단’이 2017~2018년 1600여 척에 달했다. 중국 전체 원양어선의 3분의 1 규모다. 이들이 잡은 오징어는 약 16만t, 4억4000만달러(약 5276억원)어치로 한국과 일본의 연간 어획량과 맞먹는다.
이 논문은 “한 국가의 선단이 타국 수역에서 저지른 불법 조업 사례 중 최대 규모”라며 “한·일의 오징어 어획량이 2003년 이후 80%가량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수역은 2017년 유엔 제재에 따라 외국 선박의 조업이 불가능한 곳이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에 밀린 북한 어선들은 동해 먼바다와 러시아 연안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중국은 뒤늦게 ‘오징어잡이 3개월 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해 오징어 품귀의 또 다른 원인은 먹이 사슬의 변화다. 해양수산부의 ‘장기해양생태계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동해의 표층 온도가 높아지면서 양질의 동물플랑크톤이 줄어들자 오징어 떼가 서해안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같은 이유로 겨울철에는 오징어가 남해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는 수온과 물색에 민감하다. 위기 때 내뿜는 먹물 때문에 까마귀 오(烏) 자가 붙은 ‘오적어(烏賊魚)’로도 불린다. 예부터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해서 믿지 못할 약속을 ‘오적어 묵계(墨契)’라고 했다. 중국의 ‘3개월 조업 금지’마저 유야무야된다면 한때 멸종 위기까지 갔던 명태처럼 동해안의 오징어 씨가 다 마를지도 모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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