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 외교관의 뉴질랜드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두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상당히 개방적"이라면서 "(피해자는 여성이 아닌) 키가 180㎝,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이다.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교관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일축했다.
송영길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의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외교관에 의한 자국민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국가 정상간 통화에서 성범죄가 언급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말 발생했지만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에 대해 감봉 1개월이라는 솜방방이 처분을 내렸다. 올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지구 법원은 해당 외교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상 간 통화에서 외교관 성추행이 언급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한류의 맥을 이어나갈 다음 주자는 K-변명"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황당한 게, 아니, 그 자를 일단 뉴질랜드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해야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거 아냐. 재판도 안 받게 하고 영원히 무죄로 추정만 하겠다는 얘기인지. 결국 영원히 무죄로 만들어 주겠다는 수작. 박원순 건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