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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걸린 호주장갑차 수주전, 한화는 어떻게 美·英을 꺾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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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디펜스에서 만든 ‘레드백’ 장갑차 시제품 2대가 곧 호주 멜버른항에 도착한다. 한화는 작년 9월 호주 육군이 추진하는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LAND 400 Phase 3)에서 독일 라인멘탈 디펜스의 ‘링스’ 장갑차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레드백은 5조원이 걸린 이번 사업에서 링스와 2022년까지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세계적으로 미미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한화디펜스가 'M2 브래들리 장갑차'로 유명한 BAE, 제너럴다이나믹(GD) 등 쟁쟁한 미국과 영국의 방산업체들을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한화의 강점은 우선 '팀'에서 나온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수주전을 앞두고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 호주 일렉트로옵틱시스템스(EOS)'와 '팀 한화'를 구성했다. 엘빗시스템즈가 포탑 및 감시 센서 등을 제작하고 호주 EOS가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지원하며 최종 제작은 한화가 맡는 방식이다. 한화는 호주 중소기업 400여곳과 접촉해 협력업체를 물색하는 등 현지 친화적인 납품구조도 마련했다. 호주 국방당국은 현지업체들과의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면에서 한화의 현지화, 글로벌협력 전략이 큰 호응을 받았다는 평가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 국가는 방산물자 수입 시 현지 생산 등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현지 법인설립 및 현지 생산·납품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레드백이 호주 현지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현지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장갑차 이름인 레드백에서도 드러난다. 레드백은 호주에서 서식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거미로 알려진 ‘붉은배과부거미(레드백스파이더)’에서 따온 것이다. 한화가 최종전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도 독일 링스보다 한발 앞선 현지화에 있다.



레드백은 성능면에서도 독일 링스 장갑차에 뒤질 게 없다는 평가다. 레드백은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로 묶은 ‘파워팩’을 K-9 자주포에서 가져와 적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1600대를 운용하며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도 수출되고 있는 검증된 파워팩을 탑재해 신뢰도를 높였다. 충격 흡수를 위한 현수장치(서스펜션) 부분에서도 링스 장갑차에 앞선다는 평가다. 링스는 가로로 긴 쇠막대 형태의 ‘토션 바’ 형식을 적용했지만 레드백은 최신 기술인 ‘암 내장식 유기압 현수장치’(ISU)를 사용해 차체의 무게를 줄였다.

한화는 내년 3월 시작되는 미국과 영국의 장갑차 사업에도 글로벌 팀을 꾸려 참여할 예정이다. 제너럴다이나믹, BAE, 라인멘탈디펜스와 다시 한번 맞붙는다. 한화는 미국의 전술차량 개발업체인 오시코시(Oshoksh)와 팀을 이뤄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호주의 수주전 결과가 미국과 영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레드백이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하면 K-9 자주포처럼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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