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와 그 주변을 흐르는 혈액과 같은 유체(움직이는 액체)를 동시에 고화질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UNIST 생명과학부 박정훈 교수팀은 구조화 조명 현미경(Structured Illumination Microcopy)의 시간 분해능(세포 안팎을 왕복하는 칼슘 이온의 움직임)과 공간 분해능(칼슘 이온 때문에 생기는 세포의 변화)을 한 이미지 내에서 제어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술은 구조화 조명 현미경의 광원인 가시광선의 진폭을 조절해 영역별로 맞춤형 빛을 조사한 것이 핵심이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은 전자현미경보다 물질을 확대해 또렷하게 볼 수 있는 해상도(공간 분해능)는 낮지만 세포와 같이 살아있는 대상을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 단위까지 구석구석 살피는 전자현미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종류의 광학현미경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이유다.
새로운 광학현미경 중 하나인 구조화 조명현미경은 방충망과 같이 작은 무늬로 이뤄진 구조체 두 장을 겹친 상태로 움직이면 표면에 어른거리는 '간섭무늬'가 생기는 현상을 이용한 현미경이다.
물질에 조사하는 빛의 파장 형태와 만들어진 간섭무늬의 형태를 알면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물질의 미세구조를 볼 수 있다.
박정훈 교수 연구팀은 촬영하려는 영역의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빛의 진폭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배양하는 유체(액체)의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세포의 미세 변화를 동시에 초고해상도로 얻는 데 성공했다.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유체 영역은 높은 시간분해능을 갖는 진폭 패턴을, 더 또렷한 이미지가 필요한 세포 부분은 초고해상도(공간 분해능)를 갖도록 하는 진폭 패턴의 빛을 쪼인 것이다. 일반 해상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관찰하거나 초고해상도로 미세한 구조를 가진 영역을 관측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한 화면에서 이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 이번 연구는 빛의 진폭을 10 kHz 이상의 빠른 속도로(주파수) 하나의 공간에서 제어하는 광학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어, 이를 응용해 초고속 촬영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박정훈 교수는 "기존 현미경으로는 관측 불가능했던 서로 다른 시·공간 스케일의 생명현상을 동일 현미경으로 한 이미지 내에 동시에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미세 유로 채널 관련 연구나 높은 시간분해능이 필요한 칼슘 신호 전달 등 각종 생명·물리 현상의 관측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UNIST 생명과학부 강주헌 교수, 정수현 연구원, 안철우 연구원, 황병재 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옵티카 (Optica)에 10일자로 공개돼 오는 20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