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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너무도 다른 '손가락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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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너무도 다른 '손가락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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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맞대는 ‘OK 사인’을 피해야 한다. ‘항문’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여행객이 식당에서 맛이 좋다는 의미로 이 사인을 보냈다가 곤욕을 치렀다. 터키에서는 이 사인이 ‘게이’를 의미한다.

검지 위에 중지를 꼬아 겹치는 것이 영미권에서 ‘행운의 십자가(cross your fingers)’로 불리지만 베트남에서는 모욕이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따봉 사인’도 태국, 이란에선 금물이다. 그리스에서 손바닥을 쫙 펴 보이는 건 성적인 욕이다. 함부로 ‘하이파이브’를 청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손가락 메시지’의 이면에는 오랜 역사·문화적 상징체계가 깔려 있다. 영국에서 상대에게 손등이 보이게 ‘V’자를 만드는 건 조롱의 표시다. 15세기 프랑스와 백년전쟁을 벌일 때 궁수들이 “두 손가락만으로도 너희들 다 해치울 수 있다”며 적을 놀린 것에서 유래했다. 같은 문화권인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건 언제부터 왜 욕이 됐을까.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를 의미했다. 가운뎃손가락은 음경, 양쪽에 웅크린 손가락들은 고환의 상징이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정치인 데모스테네스의 행방을 묻는 사람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펴서 그의 위치를 가리키며 성적 취향까지 암시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같은 손가락에 상반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태국 시위대는 검지·중지·약지를 펼쳐 들고 ‘세 손가락 저항’을 벌였다. 이는 영화 ‘헝거 게임’에서 빌려온 표현으로, 압제에 대한 저항을 뜻한다. 이들은 세 손가락이 태국의 ‘선거·민주주의·자유’를 의미한다고 했다. 반대 진영인 왕당파는 ‘국가·종교·왕실’을 보호하자는 정반대의 ‘세 손가락 시위’로 맞불을 놓았다.

손짓언어는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몸짓언어다. 모방성과 전염성도 강하다. 신체의 5%에 불과한 손에 전체 뼈(206개)의 13%가 넘는 27개가 들어 있다. 신경말단도 가장 많이 몰려 있다. 그만큼 정밀하고 섬세하다.

손은 일생 동안 250만 번 이상 움직이며 3000여 개의 동작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입을 대신해 수많은 말을 건넨다. 어떨 때는 손가락 하나가 혀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간혹 그것이 가리키는 달 대신 손가락을 탓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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