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고사작전을 펼치던 미국이 이번엔 중국 인터넷산업의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8월부터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과 ‘위챗’의 미국 내 영업을 금지했다. 또한 어떤 미국 기업도 두 앱의 모기업인 ‘바이트 댄스’ ‘텐센트’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 의회도 공무원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정책을 통해 미 인터넷산업과 통신에서 ‘차이나’의 흔적을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의 생산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이은 충격적인 디지털 디커플링 정책이다. 물론 이 같은 강경책의 배경은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으로 미국의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에 스파이 칩을 심었다면, 틱톡과 위챗은 미국인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본사에 불법 송신하고 이것이 결국 중국 공산당의 손에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은 틱톡이 구글의 보안체계를 우회해 미국인 개인정보를 본사인 ‘바이트댄스’에 보냈다고 폭로했다.
베이징의 반응은 강경하다. “미국이 난폭하게 중국 비즈니스를 도둑질해갔다!” 틱톡의 영업정지를 9월 15일까지 유예해놓고 미 기업과 매각 협상을 하라고 했으니 시가 500억달러짜리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후려치는 것을 보면 난폭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 베이징은 더 난폭하게 미 인터넷 기업을 쫓아냈다. 정부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중국 땅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 기업이 나가며 생긴 공백에 자국 검색엔진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육성해 오늘날 세계적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만들어 냈다.
당하는 중국 기업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서버가 중국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있기에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게 틱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깅그리치의 최근 저서 《트럼프와 차이나》가 명확한 답을 해준다. 2017년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의하면 ‘모든 중국 기업은 정보당국의 정보 수집에 협력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해외에 나와 있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정보 수집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자유세계는 신냉전체제에서 중국의 사이버공격에 위협받고 있다. 과거 동서냉전 시대에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같이 고도로 훈련받은 스파이 요원이 상대국의 민감한 국가기밀을 탈취했다. 중국은 발달한 사이버 기술과 드론을 이용해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산업기밀은 물론 개인정보까지 닥치는 대로 빼간다. 몇 년 전 미 연방기관을 해킹해 지인관계, 은행 거래 내역 등이 포함된 연방공무원들의 개인정보를 훔쳐갔다.
미 상업용 드론시장의 79%를 차지하는 중국 DJI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본사에 보낸다고 미 국토 방위부가 발표했다.
이미 미군에서는 중국제 드론 사용을 금하고 있다. 물론 이같이 외국인의 개인정보까지 빼가려는 이유는 중국이 단연코 앞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필요시 정보전의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금 워싱턴은 시진핑을 국가원수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주석’이라고 부르며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격화되는 미·중 체제 전쟁에서 한·미 동맹으로 맺어진 한국도 중국에 대한 새로운 안보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간 북한 공산당에 대해선 날카로운 각을 세웠지만, 중국 공산당에 대해선 전혀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베이징에 가서 ‘두 나라는 공동운명체’라는 시대착오적인 말까지 했다.
우리는 6·25 때 중국 공산당의 군대에 서울을 유린당했다는 역사적 아픔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고 중국 경제와는 협력해야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의 사이버 첩보(espionage)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의 귀중한 정보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모른다. 이미 한국과 호주에서 사용한 ‘위챗’ 메시지 수십억 개를 보관한 중국 내 데이터 베이스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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